도매시장 무엇이 문제인가

  • 입력 2009.04.20 08:37
  • 기자명 권승구 동국대 식품산업시스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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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시장과 가락시장에서 발생한 연이은 부도사태로 농산물도매시장이 매우 시끄럽다. 강서시장은 시장도매인의 거래 문제로, 가락시장은 중도매인간 또는 중도매인과 법인의 거래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도매시장 운영 교훈 삼아야

얼핏보면 서로 다른 시스템 하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도매시장의 거래제도와 원칙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사실은 동일한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장도매인제든 또는 중도매인간의 거래에서 발생한 문제이든 간에 두 사건 모두 도매시장의 본질과 운영원칙이라는 측면에서 처음부터 많은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시행되었거나 또는 시행하고자 시도가 되었던 사안들이라고 할 수 있다.

▲ 권승구 동국대 교수

따라서 이번 사건과 유사한 문제의 발생 가능성 및 우려라는 측면에서, 향후 도매시장의 운영원칙과 제도개선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화시켜 나가면서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측면에서 두 사건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농산물도매시장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즉, 농산물도매시장은 사적 이익 추구라는 형식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농민과 소비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농민을 대신한 판매대리인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시장내 유통주체간의 갈등 문제를, 산지 또는 소비지와 도매시장이라는 측면에서 거래제도와 운영질서를 바라보지 못하고, 유통주체간의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측면에서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도매시장 제도개선의 필요성과 도매시장의 본질과 원칙의 중요성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즉 도매시장의 제도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사안임에는 틀림없지만 도매시장 운영의 원칙과 본질을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최근 유통환경변화에 따라 도매시장내 제도개선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는 있지만 도매시장의 원칙과 본질을 벗어난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현실적으로 도매시장 제도개선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과제는, 시장내 유통주체의 규모화를 통한 도매시장의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을 지적하고 싶다.

선진국의 도매상들은 투명성을 바탕으로 금융기관의 운영자금 지원이라는 안정된 기반 위에서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분산주체인 중도매인의 영세성으로 인해 유통환경변화에 대한 적응과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시장도매인제나 중도매인간 거래 또는 상장예외제 거래의 경우 거래과정의 불투명성이나 영세성 등으로 인해 독자적인 영업기반의 확충이나 확대 재생산이 매우 어려운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시장도매인제나 상장예외제라는 이름 하에 분산주체의 개별화와 영세성이 용인되어 왔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넷째, 유통단계를 줄이면 거래비용이 감소된다는 추상적인 생각만 가지고 시장의 문제를 접근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생각된다. 비효율적인 거래단계의 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사회적 기능으로서의 유통의 기능을 간과하려고 든다면 이번과 같은 부도사태는 앞으로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도매시장의 문제를 정책화 또는 제도화 할 때는 보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현장의 사례를 바탕으로 제도개선을 이루어 나가야만 시장내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면서도 유통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나가는 모습으로 변화를 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유통주체 상생의 정신 필요

도매시장의 변화는 유통환경의 변화와 도매시장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고 시급한 문제인것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한 두 사례는 원칙과 본질을 벗어난 변화가 이루어졌을 경우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는 도매시장도 유통주체간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이라는 문제를 뛰어 넘어 모두의 이해를 충족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중지를 모아나가는 상생의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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