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 농사대행 합니다?

  • 입력 2009.04.20 08:33
  • 기자명 허경 지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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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해드립니다”

요즘 인기 개그프로중 등장하는 단골멘트다. 농사대행, 영농위탁을 하는 부동산을 취재하면서 생각난 말이다. 땅을 사는 사람들은 작년 직불금 사태와 같은 일들이 마음의 짐이었을 것이고 부동산에서는 이러한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농사를 짓지 않고도 땅을 소유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해주겠다고 하니 땅주인들은 귀가 솔깃할 것이다.

농사를 대행하는 방식에는 파종만 해주고 농사짓는 모양만 나게 하는 상품도 있다고 한다. 농기계가 돌아가고 씨앗이 심어져도 농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땅을 소유하기 위한 영농행위, 관할 관청에서만 농사라고 인정할 수 있는 영농행위가 벌어지는 것이다.

농지가 먹을거리와 생명의 가치와 멀어진다면 그곳에 행해지는 영농행위도 변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직불금의 문제가 아니었다. 땅을 가지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땅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었다. 

그러고 보면 작년 직불금 문제가 ‘경자유전의 원칙’을 앞세운 농지문제로 확산되었다면 조금은 다른 현실을 접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현장에서는 실제 경작자 확인이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지주들은 각종 편법을 동원할 것이고, 이장님은 다시 도장을 찍어줄 것이다. 우리 농민들은 어떨까?

이래저래 생각하지 않고 농사짓는 데만 전념하려 하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작년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올해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지금 농촌에서는 못자리가 한창이다. 그 바쁜 움직임이 대가를 온전히 챙기지 못하는 노동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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