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영시장 출하농민 피해는 막아야

  • 입력 2009.04.20 08:31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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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말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이 부도를 낸데 이어, 지난 7일에는 국내 최대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 과일류 취급 중도매인이 1백20억대 규모의 부도를 내고 잠적했다. 이번에 부도를 낸 중도매인에게 보증을 서주거나 자금을 빌려준 중도매인들이 적지 않아 연쇄부도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유통인들의 불황이 출하농민에게까지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시장도매인의 부도에서는 출하농민들이 피해를 입었고, 중도매인의 경우는 상장경매제로 출하대금은 도매시장법인이 부담하기 때문에 직접 피해가 없다고는 하나, 도매시장법인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산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농산물 분산기능을 담당하는 이번 중도매인의 부도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무리한 할인행사를 벌이면서 시중 단가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과일류 납품을 요구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중도매인은 이로 인해 하루에도 수천만원씩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이같은 횡포에도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중도매인들은 속수무책이다. 고정된 판로를 잃지 않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거래를 해야 하며, 불공정 거래를 신고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수집과 분산을 함께 담당하는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부도 역시 대형 유통업체의 할인행사에 수집가격 보다 낮게 공급한 것이 주원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가 출하대금 지급불능 등 농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주었다는 측면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바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특히 시장도매인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유통 전문가들은 자유거래체제로 거래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어 과거 위탁상으로 회귀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시장도매인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했다.

위탁상은 위탁을 받아 자기 명의로 거래하는 상인으로,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어 왔다.

그러나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000년 농안법 개정과 함께 시장도매인제도 도입을 강행했다. 시장도매인이 산지에서 물품을 직접 매수 또는 위탁받아 도매하거나 매매를 중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매단계를 없애 유통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살리자는 취지에서다.

그래서 강서시장에서 2004년 처음 시장도매인제도가 도입됐다. 시행 5년이 지난 시장도매인제도가 이같은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이번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부도사태에서 보듯 경매제로 운영되는 도매시장법인보다 상대적으로 거래의 위험성이 높다. 수집과 분산을 동시에 하다보니 충분한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않을 경우 부도의 우려가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이번 강서시장 부도 사고는 시장도매인연합회가 최근 미정산 출하대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도매인들의 부도사태는 앞으로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이 시장도매인의 거래보증금 상향 조정이다. 현재 제도적으로 하루평균 거래액의 20%(20/100)를 보증금으로 예치하고 있으나,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하면 이 금액으로 턱없이 모자라다. 실제 이번에 문제가 된 시장도매인은 12억원을 미지급했지만, 보증금은 6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별도의 정산조직을 설립해 산지에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도 강구해야 한다. 공영도매시장인 강서시장에서는 대금결제의 안전성 보장 등을 위해 정산회사 방식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추가적인 안전장치 확보를 위해 보험 가입, 결제계좌의 최소잔고 유지 등의 방법도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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