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체험학습

  • 입력 2009.04.13 08:45
  • 기자명 김태경 거창군 고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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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전국일제고사가 있었다. 일제고사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꼭 찍어 말하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좀 주저되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마음이다. 전교생이 50명인 조그마한 시골학교에 아이를 보내면서도 친구와 비교하여 누구는 어떻게 올백을 맞았다느니, 서울가도 따라가겠다, 누구는 읍에 학원까지 다니는데, 이러다 우리 애만 뒤떨어지는 건 아닌지 등의 불안감들이 수시로 부모들을 괴롭힌다.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을 저주하면서도 아이를 키우는 우리들은 어느새 정글의 사자가 되어 친구와 경쟁을 부추기고, 따라가야 한다며 남을 딛고 승리하는 사자새끼를 키우듯 자식을 키우고 있는 우리를 발견한다.

일제고사를 치르기 일주일전 이 문제로 농민회와 여성농민회 주축으로 해서 작은 토론회를 가졌다. 교육이야기가 나오면 하나같이 미쳤다는 말이 입을 떠나지 않을 만큼 울분들을 터트린다. 농어촌 자율학교가 3개나 있는 우리 거창에서 교육의 계급화에 대한 피해는 많은 이들이 입을 모을 만큼 심각하다.

외지에서 아이들이 들어오다 보니 지역에 있는 아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나가야 하고, 그 아이들의 대다수는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가정이 많기에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아픈 일이다.

자율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정부에서 기숙사까지 학교별로 지어 혜택을 베풀지만, 쫓겨 나간 아이들은 집보다 못한 자취방에서 제대로 밥도 못 챙겨먹고 골아가며 방황하며 학교를 다녀야 한다. 대학수능으로 고등학교는 서열화 되어 있다.

반에서 몇 등까지 하면 어디 어디를 가고, 몇 등하고 어느 학교를 가고 하며 정해져 있다. 전국 일제고사로 초중학교까지 서열화되고 나면 작년 고려대처럼 특목고를 갈 수 있는 중학교들이 서열화 될 것이 분명하다. 교육부는 성적공개를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아이들의 동의가 있으면 체험학습을 가자고 결정이 되었고, 일제고사날 9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진주 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과학박물관으로 갔다. 4, 5, 6학년이 31명인데 그 중 9명이 시험을 거부해서 혹시나 우리 학교만 찍혀 선생님들이 고생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선생님들과 면담을 하면서도 간이 콩닥거렸다.

이 정권 들어 상식이 사라진 사회라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어서 선생님들께 괜한 미안함도 마구 들었다. 4월 1일, 언론에는 천태만상이 실려 있었다. 시험감독을 못하고 감금당한 선생님, 1등에게 상금을 건 학교, 1명이라도 시험거부하면 담임을 갈겠다는 학교도 있었고….

사람이 왜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저런 교육자들을 믿고 학교를 보내야 하는지 회의스러웠다. 그 이전에도 그랬지만 전국 일제고사는 이 나라 교육목적을 99% 시험문제 맞추기로 바꾸게 만들었다. 수백만원의 족집게 과외로 특목고를 주름잡는 이들과 어떤 경쟁력으로 시험문제를 더 맞출 수 있겠나?

경쟁이 없는 교육정책으로도 높은 교육경쟁력을 갖춘 나라들을 본보기로 정책이 변화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으로 무단결석을 감수하고 간 큰 체험학습을 간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님,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그렇게 걱정되면 현장의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대 보세요. 대안은 벌써 있습니다. 전국 단위 시험친다고 나머지 공부시킨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건 누구나 다 알아요. 부자들에게 기분전환용 20조원 감세하고, 당장 등록금, 학교급식비도 걱정하며 살고 있는 서민들에게 30조원의 빚을 넘기는 것을 보면, 이것이 헛된 기대인가요?? 우리도 힘을 더 보태고 많은 이들이 간절하게 바라면 그런 세상도 올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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