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 농업 진출로 경쟁력 강화되나

  • 입력 2009.04.13 08:39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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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가 3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농어업경영체를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7개 법인 및 컨소시엄을 대규모 농어업회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협상대상자들은 앞으로 영농면적, 임대계약내용, 기반시설설치 등에 대해 조율ㆍ협의를 거쳐, 사업협약이 체결되면 최종 사업자로 지정돼 새만금간척지, 영산강간척지에서 본격적인 영농 추진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들 농어업회사에게는 정부가 최소 100㏊에 이르는 농지를 30년간 장기 임대해 주고 인프라 구축도 지원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그러면서 대규모 농어업회사는 생산·가공·유통의 융복합화를 통해 농어업을 2·3차 산업으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모델로서, 수출형 영농 실현, 지역경제 활성화 등 미래 농식품산업 발전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도 별도의 간척지를 확보하여 대규모 농어업회사 들이 영농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농업회사법인의 비농업인 지분한도를 폐지하고, 축산업의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 현 정부가 이제 본격적인 대기업의 농업진출 시대를 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면, 고도화된 전문인력이 육성되고, 생산과정에서 터득한 선진기술을 농민에게 전파하며, 수출 노하우를 축적하여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상 이같은 긍정적 시각은 지극히 회의적이다.

농식품부는 이들 농어업회사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수출토록 하고, 국내 시장 판매는 수입대체품으로 한정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수출이 여의치 않거나 막히면 오히려 내수에 눈을 돌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영세농가들만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면, 사람을 보지 못하는 자본의 논리상 농산물 생산이라는 1차적인 기능 외에 식량안보와 홍수조절·대기정화·경관보전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지켜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농민단체들이 특히 우려하는 시각은 농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란 것이다. 종국에 가서는 대기업들이 농업을 장악하게 될 것이고, 농민들은 이들의 하청 노동자로, 또는 농촌을 등져 도시빈민으로 전락할 것이며, 만일 돈이 안될 경우는 대기업들이 농업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나라 농업 농촌 농민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예산을 지원해주고 농지를 임대해주면서까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허용하는 것보다, 현재 식량창고로서의 가치를 고려하여 농업과 농촌을 지키려고 애쓰는 농민들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해야 할 것이 그동안 농민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나름대로 조직화해서 만든 농업회사법인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실패한 정책이라면서 그동안 방치해 놓아 근근히 명맥을 유지해 온 군소 농업회사법인들의 활성화에 대규모 농업회사 설립에 투입되는 행정력과 예산을 써야 옳은 일이다.

농업의 경쟁력 강화는 수출농업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있다. 식량자급률이 25%를 겨우 넘어서는 국가에서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것이다.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고취시키고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식량자급률 목표치가 법으로 정해져야 한다.

일본은 이미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자급을 이루어가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이미 세계 각국은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세계 식량위기시대,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높여 법제화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며, 대기업 농업 진출 허용보다 앞서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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