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경분리안, 협동조합 정체성 훼손 우려

  • 입력 2009.04.06 08:32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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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농업계가 주목했던 농협개혁위원회의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추진방안이 지난달 31일 발표됐다. 이 추진방안은 ▷현 농협중앙회를 농협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 ▷농협경제연합회의 시장대응력을 강화하도록 농협경제 지주회사 신설 ▷중앙회 신용사업의 건전성 및 전문성 제고를 위해 금융지주회사 신설 ▷일선조합의 상호금융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상호금융특별회계를 상호금융연합회(금고)로 독립법인화 등이 골자다.

또 현 농협중앙회 자본금 12조2천억원(농협경제연구소 추정)은 농협경제연합회가 소유하여, 농협경제지주회사에 5조3천억원을 배분하고, 상호금융중앙금고에 8천억원을 우선 출자하며, 나머지 6조1천억원은 금융지주회사에 출자토록 한다는 것이 농협개혁위원회의 안이다.

그러면서 연합회는 운동체적 기능을 담당토록 하여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사업체는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하여 협동조합 사업체제의 선진화를 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농협중앙회 신·경분리추진방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실을 고려한 진일보한 안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 수십년간의 숙제였던 신·경분리가 농협중앙회의 내부 반발과 정치권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계속 표류해 왔으나, 전농·한농연을 비롯한 농민단체 등이 참여한 농협개혁위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추진방안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심히 훼손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이번 안은 농협중앙회 신경분리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농협을 농민에게 되돌려주기 위해서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신경분리의 참뜻은 중앙회는 지도사업 전국연합회라는 중앙회 본연의 구실을 하게 해서 협동조합의 진면목을 살려내고,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은 임직원을 위한 것이 아닌, 조합원을 위한 사업으로 조합원 본위의 사업을 펼쳐 갈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있다.

그런데 농협개혁위는 이번 안을 발표하면서 신경분리의 목적인 농민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경제사업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추진방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민들의 자주적 결사체인 농협을 경영체로 보고, 농협경제 지주회사니 금융지주회사니 하는 안이 나온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과연 농협개혁위의 설명대로 농협중앙회에서 바뀐 농협경제사업연합회가 운동체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물론 이번 안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 농식품부가 이 안을 토대로 이해당사자들과 협의, 연내 신경분리를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국회의 논의절차도 남아 있다.

한국농정신문은 지난 2000년 창간 이후 계속해서 농협개혁의 핵심은 농협중앙회로부터의 신경분리이며, 그것도 올바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분리된 중앙회는 본연의 업무인 회원조합과 농민조합원에 대한 교육·훈련·지도·조사·감독·홍보·대정부 농정활동 등을 전개토록 하고, 경제사업은 지역협동조합 전국연합회, 품목별·업종별협동조합전국연합회가 담당하며, 신용사업은 신용협동조합전국연합회 격인 협동조합은행 또는 협동조합중앙금고가 담당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로 협동조합 원칙에 충실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신경분리추진방안은 농협중앙회와 정부 일각에서 강행하려는 이른바 금융지주회사로 가려는 ‘멕킨지 보고서’대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는 하고 있으나, 협동조합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농협이 영리법인이 아니라는 것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할 수 없고, 또 만국 공통이 아닌가.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협동조합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신자유주의에 편승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앞으로의 논의과정에서라도 정확한 농협중앙회로부터의 신·경분리방안을 수립하여 조합원의,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탄생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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