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 쇠고기 추가협상론 단호히 대처해야

  • 입력 2009.03.23 08:09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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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發) 미산 쇠고기 추가협상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발단은 18일 미국 상원의 인준을 받아 본격활동에 돌입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론 커크 대표다. 그는 지명자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자동차협상의 불공정성 등을 지적하며 “현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전반적인 한미FTA에 대해서는 지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 측이 한미 FTA 국회비준과 관련해, 쇠고기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일 커크 지명자의 청문회시 막스 보커스 미 상원 재무위원장이 한미 FTA 비준을 미국산 쇠고기 연령 제한 철폐와 연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커크 자신도 12일 의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자동차 문제가 해결되면 쇠고기 문제에 대해 추가적인 문제가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한국에선 30개월 미만 쇠고기가 잘 팔리고 있지만, 국제기준에 따라 모든 쇠고기가 수입되도록 농무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며, 미산 쇠고기문제는 국내 소비자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나섰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최강국 미국이 요구하면 어쩔 수 없다는 ‘힘의 논리’가 있고, 유독 미국에 약한 우리 정부의 경험에서 볼 때 이같은 미국측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여권에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산 쇠고기 문제에 대해 한미 FTA와 별도라면서 30개월 이상도 국제적 기준에 따라 양국이 합의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한미 FTA 조기 비준을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미산 쇠고기 연령제한 철폐도 상관없다는 속내를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정부측에선 부정하지만, 한미FTA 체결에 앞서 스크린쿼터, 쇠고기, 의약품, 자동차 등 ‘4대 선결조건’을 내걸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자동차와 쇠고기를 ‘제2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물론 아직까지 쇠고기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는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미국측이 재협상으로든, 추가협상의 형태로든 쇠고기 전면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며 자국민 보호를 위해 자동차, 쇠고기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미 FTA 재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한미 FTA와 쇠고기는 별개이고, 한미 간의 합의에는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는 30개월 이상의 수입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미 FTA와 관련한 현 정권의 ‘선대책 후비준’이라는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외통위에서의 직권상정에 이어 한미FTA 재협상이 사실상 눈 앞에 다가온 지금도 ‘4월 국회 처리’를 강변하고 있다. 한미FTA의 보완대책으로 지난 참여정부 시절의 논의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적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 불황으로 사료 등 농자재가격은 폭등하는데 농축산물값은 소비부진으로 하락해 농축산농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로서는 만일 미산 쇠고기가 전면 개방될 경우는 치명타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한미FTA 국회비준과 연계시켜, 쇠고기 전면개방을 요구하고, 이를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재협상이 없다던 그동안 정부의 발표는 거짓이 되는 것이고, 제2의 촛불집회가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무엇이 진정 우리 국민의 건강과 농민들의 생계를 지키는 일인지 되짚고, 미국의 부당한 개방 압력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며, 더더욱 선대책도 없는 한미 FTA의 4월 국회비준에 목을 매어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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