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 24%의 나라

  • 입력 2009.03.23 08:08
  • 기자명 한도숙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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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을 지나 봄비가 내린다. 해토우(解土雨), 그동안 꽁꽁 얼었던 대지를 녹이는 봄비가 내린다. 이제 농부들은 삽과 괭이를 들고 들판으로 나가는 시절이다. 가장 먼저 씻나락을 담근다.

제민요술(齊民要術) 2권 수도(水滔)편에 보면 씻나락 담그는 요령이 나와 있다. “씻나락을 충분히 씻어서 인 다음 물에 뜨는 것을 반드시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을에 피(禾卑)가 난다. 충실한 볍씨를 3일간 물에 불리고 다시 한 번 걸러내어 대나무 둥구미에 담아 3일을 두면 싹이 2푼 정도 자란다. 이것을 1묘에 3되를 고루 뿌리고 새를 쫓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벼농사가 시작된 것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 발견된 1만5천년의 탄화벼 발견으로 한반도 도작(稻作)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도 지금 쌀의 주산지인 김포나 여주 등지에서 발견된 볍씨만 하더라도 5천년이상의 재배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한반도는 쌀농사 중심의 농경문화를 만들어 왔고, 그것들은 지금도 우리들의 유전자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쌀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선 신앙이었으며 꿈이었다. 쌀 밥 한 그릇에 고깃 국물 한 그릇을 평생소원이라고 하던 우리 선대의 희망들이 아직도 귓가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문턱 보릿고개를 넘긴 것이 엊그제이고 쌀을 증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80년대의 쌀 증산왕들을 이젠 잊어버렸단 말인가.

산지 조곡 값이 내려가고 있다고 한다. 작년 한가을을 달구며 농민들의 처절한 싸움으로 만들어낸 쌀값이 정부의 음모적 교란 행위로 인하여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이다. 쌀의 죽음, 농업의 죽음이 회자될 만큼 유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지금, 정부의 역할은 국민들에게 안정된 식량을 공급하고 나아가 안전한 먹을거리를 보장하는 데 있다 할 것이다.

식량자급률 24%의 나라에서 무엇을 더 내주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현 정부이다. 농민이 살고 농촌공동체가 살아야 농업이 살아날 수 있다. 이제라도 식량 자급률 법제화를 통한 소득 보장과 식량의 안정생산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기회만 되면 WTO규정을 들어 보조금을 삭감할 생각만 하지말고 WTO가 허용하는 환경보호, 농촌어메니티(농촌경관유지)와 관련된 직접 지불금 등을 확대하여 농촌공동체가 유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농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 너무 늦으면 만시지탄(晩時之歎), 소용없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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