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업개혁 앞서 농협개혁에 집중해야

  • 입력 2009.03.16 08:22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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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개혁 작업에 여념이 없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에 이번에는 농업개혁에 나선다고 한다. 장태평 농식품부장관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앞으로 농업개혁을 체계적으로 추진키 위해 민관 합동으로 농업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농식품부 내에 T/F를 설치, 세부개혁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농식품부가 농협개혁을 추진하면서 그 전망도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농업개혁을 들고 나와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사실 농협개혁 문제도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가락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언급한 이후 농식품부 내에 민관 합동의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하여, 개혁방안을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농협법 개정안을 마련,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터이다.

그러나 그 개혁의 방향이나 내용이 농협의 정체성과는 크게 배치되어 전국의 농민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게다가 지역조합 조합장을 비롯한 농협 내부 기득권의 저항과 함께 이들과 영합한 정치권에서조차 ‘조합장 비상임화’, ‘조합원의 조합 선택권 확대’ 등 일부 조항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직접 농협 임직원과 조합장, 정치권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현 상태에서 농협법 개정안의 4월 국회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가장 큰 이유는 전문가들로부터 농협개혁의 핵심이라고 지적받아 온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를 외면하고 있는 탓이다. 정부와 농협측에서 내놓는 이른바 신경분리는 농협신용사업을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분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중앙의 모(母)회사가 독립법인인 지역조합을 자(子)회사로 하여 재무·인사를 장악, 지역조합의 자율성·자주성을 훼손하는 데다, 영리추구를 본령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농민을 외면하는 농민수탈기관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을 것이며, 봉사를 원칙으로 하는 농협의 정체성과도 크게 어긋나는 것이어서 농민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농민단체들은 중앙회는 별도법인으로 중앙회 본래의 기능을 수행토록 하고, 일선 조합 등이 출자한 경제사업연합회, 신용사업연합회(가칭 농협은행)를 만들어 농협의 주인은 농민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농협을 왜 개혁해야 하는가에 집중하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농협의 개혁은 바로 그동안 각종 비리로 점철된 농협을 임직원 그들의 것이 아닌 농민의 품으로 되돌려주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농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신경분리안을 받아들여야 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농민단체들에게 물으면 되는 것이다.

어떻든 농협개혁은 지난 수십년간의 숙제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협개혁을 외쳤지만 그 결과는 용두사미였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농협개혁도 그렇게 되고 말 공산이 크다.

이런 와중에 뉴질랜드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농식품부가 또 농업보조금 손질 등 ‘농업개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농업개혁의 일부분인 농협개혁을 이렇듯 어중간하게 혼미상태에 두면서 전체적인 농업개혁을 뉴질랜드를 따라 배운다고…. 그러나 그 방향도 우리와 처지가 전혀 다른 뉴질랜드 식이어서는 안된다.

체계적인 로드맵과 농업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쟁력 지상주의에 매몰돼 지금까지 실패한 이른바 신자유주의식 농업정책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지금 우선해야 할 업무는 섣부른 농업개혁이 아니라, 역대 정권이 실패했던 그래서 매우 어려운 농협개혁에 집중하는 것이다. 농협개혁이 제대로만 되면 이 나라 농업문제의 절반은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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