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행복한 문화 공동체

  • 입력 2009.03.07 11:38
  • 기자명 임창희 충북 음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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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희 충북 음성군 삼성면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정신이 없다. 콩나물 삶은 것, 호박 볶은 것 통에 담고, 큰 양푼도 두 개, 큰 솥도 챙기고, 아이들이랑 함께 이야기 할 책도... 다른 엄마들도 빠진 게 없는지 문자를 보낸다. 어제 만나 할 일도 나누고, 준비물도 나눴지만 매번 이런 난리통이다. 조금 지나자 전화통에 불이 인다.

‘그루터기’ 세번째 문화학교

“대소에서 타기로 한 소빈이가 아직 안 나왔는데 확인해 주세요. 몇 분 더 기다려야 하죠?”
“삼성 터미널 앞에서 기다리는데 차가 왜 안 와요?”
“정말 아이들만 보내도 될까요?”
“성당에서 늦게 끝나 못 가겠어요. 죄송해요.”
하나 하나 확인하고 차는 청소년 수련원에 무사히 도착했다. 짐을 풀고, 솥에 물을 올리고, 스카프를 널 빨래 줄을 걸고,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 환영하는 글을 붙이고, 아이들을 맞이한다. 청소년이 행복해지는 문화공동체 ‘그루터기’가 세 번째 문화학교를 하는 것이다.

다른 동네에서 모인 30여명의 서먹서먹한 아이들과 쭈구리고 앉아 천연염색을 시작한다. 미리 먹 염색 한 스카프를 치자 끓인 물에 주물러 물을 들인다. 서로 인사도 하고 아는 친구끼리 수다 떠는 사이에 예쁜 카키색 스카프가 되었다.

엄마들이 준비한 비빔밥 재료를 큰 양푼에 쏟아 붓고 주걱으로 함께 비벼 나눠먹고, 신나게 춤도 배운다. 농활 들어왔던 대학생들이 흔쾌히 시간을 내주어 율동을 배울 수 있었다. 뒤로 빼던 여중생들도 슬슬 흥이 나는지 몸을 움직여 보지만 엄마들의 현란함(?)을 따라 오지 못한다. 사실 그루터기 엄마들은 개인 교습도 받고 따로 연습도 많이 했었다. 막상 그날은 방향도 다르고 모양도 달랐지만...

이어 ‘원숭이 꽃신’이라는 동화를 돌려 읽고, ‘나는 무엇에 길들여지고 있는가?’ 란 주제로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5천원 짜리 문화상품권을 걸고 빙고게임, 스피드 게임을 한바탕 하고 나니 원숭이가 신발에 점점 길들여지면서 결국엔 오소리의 머슴이 된다는 동화 속 이야기를 줄줄 꾈 수 있었다. 

열무김치와 삶은 고구마를 먹으면서 다른 모둠의 토론 내용도 듣고, 선물로 준비한 책과 예쁜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문화학교의 하루는 지나갔다. 학교 공부에 찌들린 아이들과 뭔가를 같이 해 보자고 모인 그루터기가 2년째를 맞이한다.

먹을거리로 조상지혜 배워

청소년을 가르치는 어른이 아니라 청소년과 함께 하는 어른이고자 시작한 ‘그루터기 문화학교’는 아직 서툴고 배울 것이 더 많지만, 청소년이 행복해지는 공동체를 꿈꾸며 엄마들의 시간을 쪼갠다. 올해는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 ‘문화학교’와 ‘가족캠프’를 하려고 한다. 전통 먹을거리를 직접 만들면서 조상들의 지혜도 배우고, 멋도 즐기고.
3월 문화학교에서는 두부를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 두부 안에 들어 있는 많은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과 나누면서...

<임창희 충북 음성군 삼성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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