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되는 이 대통령의 농업개혁 발언

  • 입력 2009.03.07 11:16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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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일(한국시간) 뉴질랜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농업개혁을 예고하는 발언을 해 국내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클랜드 식물식품연구소를 방문해 “한국 농촌도 많이 발전했는데 아직 투자에 비하면 농산물 경쟁력이 썩 높지 않다”면서 “농업개혁 이전의 뉴질랜드와 같이 한국 농촌은 여전히 (정부)지원을 받아서 하고 있는데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우리 농업의 어려움이 농민의 정부의존성 때문이며, 농업의 정부지원금을 없앤 뉴질랜드의 농업위기 극복사례를 벤치마킹 하겠다는 것으로, 앞으로 농업에 대한 국가지원을 줄이는 것으로 해석돼 농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뉴질랜드는 과감한 보조금 축소 및 철폐를 통한 농정개혁으로 농업 경쟁력을 갖춘 게 사실이다. 1984년 집권한 뉴질랜드 노동당 정부는 강도 높은 보조금 개혁을 단행, 1년만에 농지개발 조세특혜를 비롯 비료 보조 등 직접보조금을 폐지하고, 간접보조금은 3∼4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폐지했다.

그러면서 농가부채 해결과 수입농기계 가격인하정책을 동시에 폈으며, 선진 복지제도로 파산한 농민을 보호해 주었다고 한다. 더욱이 뉴질랜드 정부는 농업개혁 이후에도 필요한 시기마다 농업예산을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시켜 왔다.

일례로 1999년 국가전체예산은 4.4%밖에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농업예산은 전년대비 61%나 증가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같은 지난 날의 정책과정에는 눈을 감고, 그 결과에 나타난 지금의 상황만을 놓고, 지원을 하느니, 마느니…. 참으로 소가 웃을 일이다.

여기에 한가지 덧붙인다면, 뉴질랜드는 4백30만의 인구에 비해 한반도의 1.2배에 달하는 비옥한 토지와 온화한 기후 등으로 농업을 하는데 천혜의 지연조건을 갖춘 농업선진국이다. 이것까지도 무시하고, 지원을 하지 않는 ‘뉴질랜드 농정’을 벤치마킹한다면, 한국농민은 그것 때문에 죽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농업에 대한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책의 잘못으로 농민에게 빚만 안겨 주었다. 즉 UR 농업협상 타결 직전인 1992년 처음으로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비한 42조 농어촌구조개선대책을 마련한 후, 2004년 발표된 119조 투융자정책까지 10년 남짓 농업부문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졌지만, 농업은 여전히 어렵고, 지원을 받으면서 자부담한 자금이 빚으로 가라 앉았다.

그래서 이를 놓고 유수 언론들은‘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평가하고, 국민들은 이를 그대로 믿는다.
과연 그럴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 데도 농업·농촌·농민은 왜 어려울까? 그것은 바로 UR이후 시장개방으로 외국농산물이 많이 수입되고, 국내농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국내생산도 늘어나 농산물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농업에 대한 투융자 금액도 추가적인 새로운 재정지원이 아니라 기존 농업관련 예산을 합한 금액으로 발표하고,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 뉴질랜드처럼 농업을 국가중심산업으로 인식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적이 없었다는 얘기다.

물론 현재의 농업은 개혁돼야 한다. 그러나 그 개혁방향은 현재 남아 있는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농민을 농촌에서 추방하려는 개혁은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경제위기 속에서 실업률이 늘어나 도시에도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마침 이 대통령을 수행했던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지난 5일, 대통령 지시에 대한 후속조치로 민관 합동의 농업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농업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개혁은 뉴질랜드를 벤치마킹 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본지가 누차 강조해 왔지만,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전세계 소농국가들이 걷는 길로 이 나라의 농업구조를 개편하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전 세계적인 식량위기 속에서 식량주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지금, 세계 각국 정부가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농업을 지켜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고 농업개혁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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