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숙 칼럼]하늘 밥도둑

  • 입력 2009.03.07 11:13
  • 기자명 한도숙 전농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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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쌀관세화 개방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아시다시피 농민들의 통곡과 피눈물과 투쟁으로 막아낸 쌀수입 개방은 2014년으로 미루어져 있다.

쌀 관세화 개방 신중해야

그 과정에서 5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한번 평가를 통하여 개방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놓았다. 올해가 바로 중간 평가를 해야 하는 시기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그럴듯한 논리로 관세화개방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국제곡물가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입쌀의 홍수로 국내 쌀농사 기반을 흔들어 놓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피터로셋 등이 집필한 ‘굶주리는 세계’에 의하면 식량생산 기반을 흔드는 가장 큰 힘은 농식품복합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행위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후변화나 인구의 증가가 인류를 굶주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이 회사들에 의한 식량의 이동차단, 덤핑수출들이 식량생산의 기본을 훼손함으로서 기업의 이윤을 최대화한다는 것이다.

그런 속에서 FTA는 새로운 무역협상으로 떠올랐으며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국민들이 식량정책을 믿고 안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안전장치부터 해놓고 관세화로 가든 의무도입으로 가든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식량 자급률 법제화는 이래서 중요하다. 각 나라의 문화, 환경, 지리적 특징을 존중하며 식량안보를 확보하고 식량생산 주체의 경제적 안위를 지켜내는 식량주권이 확실히 담보되는 상황이라야 관세화냐 아니냐를 따질 수 있는 것이다.

다국적 농식품복합체와 같은 큰 도둑을 앞에 두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겠지만 나중에 닥칠 후환을 생각한다면 섣부른 결정을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식량자급률 법제화 이유

시인 심호택 선생은 하늘밥도둑이란 시에서 다음과 같이 경계하고 있다. “살아보자고, 우리들 타고난 대로/ 살아갈 희망은 있다고/ 그 막막한 아침 모래밭 네가 헤쳐갔듯이/ 나 또한 긴 한세월을 건너왔다만/ 너는 왜 아무데도 보이지 않는 거냐?/ 하늘밥도둑아 얼굴 좀 보자/ 세상에 벼라별 도적놈 각종으로 생겨나서/ 너는 이제 이름도 꺼내지 못하리”

땅강아지처럼 흙을 파며 살아가는 우리 농투산이들이 훔쳐갈 것이라곤 낟알 몇 개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세계를 돌며 도둑질을 해대는 거대자본들에게 우리는 이름도 꺼내지 못하는 하늘 밥도둑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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