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금이 한미FTA 비준 논의할 때인가

  • 입력 2009.03.02 08:27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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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처리, 전체회의로 넘겼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비준동의안 상정의 적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소위에서 퇴장한 가운데,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의원들만이 참가하여 처리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지난 연말 한미FTA 비준동의안 외통위 상정은 해당 상임위 의원들의 의결 참여를 봉쇄한 채 진행된 것으로 원천 무효이며, 따라서 현재 비준안은 상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라면서 퇴장했다.

하루 전인 지난달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들은 여의도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미FTA 비준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한나라당, 민주당 등을 잇따라 방문, 한미FTA 선 비준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하루만에 화답했다.

과연 한나라당과 경제5단체장들의 주장대로 국회에서 한미FTA가 비준되면 현재 경제위기가 극복될 수 있는 것인가. 죽어가는 경제가 한미FTA로 별안간 회생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 경제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중 꼴찌인 전분기 대비 -5.6%를 기록했다. 세계적 경제위기 탓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나라들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은 이유에 대해 세계 유수의 신용평가기관과 석학들은 모두 “과도한 수출-수입 의존도 때문”이라면서 “내수를 확대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이에 대한 고민이 없이,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될지 검증이 덜 된 한미FTA를 비준하려 혈안이 돼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미국과의 FTA 조기비준을 강조하면서 수출증가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미국내 경기침체로 자국소비가 위축되어 미국내 기업들조차 도산하고 있는 마당에 과연 한국의 수출이 늘어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출범 이후 한미FTA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불공정 협상”이라며, 반대 혹은 재협상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에 대해 선거용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고, 재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현재 미국 정계에서 돌아가는 판세를 보아서는 민주당이 장악한 미국국회에서의 비준은 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미FTA는 우리 농업계에는 핵폭탄이다. 주지하다시피 만일 미국과 FTA가 체결돼 발효되면 정부기관에서도 밝혔듯이 농업부문에서 최대 8조8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피해가 우려됨은 물론 농업 초강대국인 미국의 농산물이 몰려와 우리 농업은 초토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한미FTA 국회비준은 우리 농업의 미래, 우리 먹을거리의 미래를 포기하는 자살행위에 다름이 없다.

어떻든 한미FTA는 그동안의 추진 및 협상 과정, 그리고 비준안 통과 과정까지 절차상 비민주성 등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는 졸속 협정에 불과하다.

지금은 한미FTA 국회비준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특히 경제회생을 위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전세계가 경제위기 속에서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대외의존적 경제구조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 것인가부터 고민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모든 나라들은 자국의 농업과 각종 산업들을 보호ㆍ육성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농업과 농촌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막대한 물가고에 농자재는 천청부지로 치솟았고, 풍년속의 농산물값 폭락으로 농업, 농민들이 무너져 내려가고 있다.

한미FTA로 이러한 농업, 농민을 ‘부관참시’하려는 것인가. 한미FTA 국회비준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농업·농촌·농민 회생대책부터 먼저 세워라. 이것이 오늘날 당면하고 있는 세계 경제공황으로부터 한국이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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