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주인은 농민조합원이다

  • 입력 2009.02.23 09:46
  • 기자명 전용배 수석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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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배 전국농협노조 수석부위원장
요즘 농협노동자나 농민조합원들을 만나다보면 자주 질문을 받는 것 중의 하나는 “농협(개혁), 어떻게 되가는 겁니까?”이다. 나의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모∼르겠어요.”
답답한 일이지만 정말 모르겠다.

농민들로부터 멀어진 농협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5년전, 김영삼 정권이 “농협을 개혁해야 한다”며 대통력 직속으로 ‘농어촌발전위원회’를 조직한 이후 지금까지 농협중앙회, 학계, 연구소, 농민단체와 노동조합 등에서 앞을 다투어 나름의 개혁(안)을 꾸준히 내놓았다.

그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마치 자신의 새로운 이미지로 삼으려는 듯 농협의 개혁을 외쳤다. 그러나 개혁과 변화를 두려워하고, 하찮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농협중앙회의 로비와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개혁이란 근본 취지는 오도되어, 농민을 위한 농협의 개혁은 실종되고 오히려 농협을 위한 농민 악법으로 변질되어 농업협동조합의 주체인 농민들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갔다.

민선농협중앙회 1, 2대 회장에 이어 이번에도 부패한 농협중앙회의 대표자 구속으로 불거진 농협개혁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작년 9월부터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통하여 농림식품부는, 중앙회장의 직선제와 소환제등을 요구하는 농민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금융업종에 대한 외부 출자한도액의 확대 등 무늬만 개혁안으로 농협중앙회의 금융지주회사 추진에 면죄부를 주고, 농협중앙회는 공청회에서 정부안을 반대하는 것처럼 연출된 모습이 참으로 안쓰러울 따름이다.

이는 농협중앙회와 농림식품부가 하나 되어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바라보는데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의 가락시장 발언 한마디에 농림식품부에서는 지금까지의 자체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단 5일만에 농협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30일 만에 MB정권의 불도저식 속도전에 걸맞는 졸속적이고 현실에도 맞지 않는 지역농협의 상임이사제 의무도입, 농협노동자의 광역시도내 인사이동, 상시 퇴출제 그리고 임금 피크제도입 등 농협 개혁과 무관한 내용을 정부의 개혁(안)이라 확정 발표하였다.

또한, 농협중앙회는 정부의 안이 발표되기 바로 전날 중앙회장의 기자회견을 기하여 ‘농협자체개혁방안’을 위한 ‘비상경영개혁위원회’를 설치 운영하여 개혁의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의 구조적인 모순은 뒤로하고 몇몇 임원들의 사표수리와 자신들의 요구에 맞게 작성된 ‘멕킨지 연구용역결과’를 토대로 농업협동조합의 정체성에 반하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것 외에는 속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무튼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농협개혁의 목소리가 크다. 또한 그만큼 안팎으로 의지도 강하다. 많은 농민단체, 학계 그리고 농협관련 노동단체 등은 이번 개혁의 중요한 대상이 농협중앙회에 있음이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잘못된 양식에 의해서 개혁의 칼날이 지역농협으로만 향하는 것 같아 농협중앙회의 개혁은 이번에도 소리만 요란한 것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는 어떻게 되어 가는 가를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농협개혁을) 되어야 하는지는 몰라서는 안 된다.

그 동안 농협 개혁의 소리가 있을 때마다 많은 농민단체와 학계, 연구소, 지역농협의 노동조합 등에서는 한 목소리로 요구해 왔다. 농협중앙회의 신용, 경제사업을 지역농협이 출자하여 소유 지배하는 형태로 조기 분리를 토대로 중앙회를 비사업적 연합회로 전환하고, 지역농협 사업과 중복 경쟁되는 시군지부를 폐지하는 것과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와 소환제의 도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농협은 진정 농민의 것이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이번 2월 국회에서의 처리를 요청해 놓고 있다. 그러나 국회 농수산식품위원장은 이번 국회에서의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민이 원하는 대로 개혁돼야

농협의 개혁은 이명박 정권의 ‘속도전’에 편승해도 안 되며, 과거처럼 표심의 눈치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더욱 안 될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내용이다. 조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개혁으로, 농협의 주인인 농민이 원하는 개혁으로 개정되기를 농협인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개혁’은 간단하다. 정치는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되고, 농업협동조합은 농민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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