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쟁력, 외부자본.수출로 찾는다고?

  • 입력 2009.02.23 07:58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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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농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중에서 눈에 띠는 것은 국내뿐 만 아니라 외국자본까지도 끌어 들여 2012년까지 기업형 주업농 20만명과 1만여개의 농업법인을 육성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농식품 수출을 현재의 44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대목이다.

농업문제의 본질 모르는 정부

이러한 정부의 농업경쟁력 강화방안은 근본적으로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 농업의 경쟁력 제고는 어떤 형태로든 필요하다. 그러나 농업경쟁력 제고의 핵심을 국내외의 외부 자본에 의한 기업화와 규모화, 그리고 수출을 늘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농업문제의 본질을 모르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농민과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의 자본까지 끌어 들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발상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전혀 달성가능하지도 않고 외부자본이 한국의 농업경쟁력제고를 위해서 들어올 리도 만무하다. 설사 들어온다면 그것은 농지에 대한 투기목적이거나 생산부문이 아닌 유통이나 가공분야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축산이나 시설채소 부문에는 이미 외부자본이 들어와 있고 필요하면 얼마든지 들어 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외부자본이 새롭게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부문은 쌀 농업 등 경종농업부문밖에 없다. 식량안보나 식량주권의 확보와 가장 관련이 깊은 농업이 논과 밭을 기반으로 하는 경종농업이라는 측면에서 외부자본을 끌어들인다는 발상은 위험천만하다.

‘기업형 주업농 20만호’와 ‘법인형 경영체 1만개’를 2012년까지 불과 3∼4년만에 달성한다는 것은 전혀 실현 가능하지도 않고 한국 농업경영체의 미래비전일 수도 없다. 미국처럼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국가에서도 기업농은 15% 내외에 불과하며 호주나 뉴질랜드 같이 미국보다도 10배정도 규모가 큰 나라에서도 기업농은 5%도 안 된다.

규모화하면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생각도 옳지 않다. 현재도 소득을 많이 올리는 성공한 농업인들을 보면 반드시 규모가 큰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고 경쟁력이 규모화에 정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규모화된 기업농의 경우 경기가 나빠지거나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면 가장 먼저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다.

이번 방안에서 또 하나의 경쟁력제고 방안은 ‘수출’인 것 같다. 물론 수출농업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고 최대한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렇다고 하여 수출농업을 우리 농업 전체의 경쟁력제고방안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수출을 2012년까지 1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하지만 수입 문제에 대한 고민은 없다.

한해 농산물 수입액은 수출액 44억달러의 약 5배에 달하는 2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매년 평균 약 20%씩 증대되고 있다. 따라서 수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입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찾는 것이 농업경쟁력제고의 또 하나의 큰 축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의 회복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논, 밭 등 국내식량생산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식량자급률을 높임과 동시에 농가소득증대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

해외식량자원의 확보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국내식량자원 즉, 논과 밭, 산림 등을 활용하여 잡곡, 사료작물, 특용작물 등의 생산을 독려하는 일이 더 시급한 농업정책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경쟁력이다

또한 농업이라는 산업의 경쟁력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생태 농업에서 나온다. 돈 몇 푼 더 버는 것이 농업의 경쟁력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농업의 경쟁력이며 인간과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농업이 경쟁력이다.

관행농업(고투입 고에너지 농업)에 의한 과다 비료, 농약의 사용으로 농지의 산성화와 황폐화가 심각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친환경 생태농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흙도 살리고 농지를 살려야 한다. 아름답고 쾌적한 농촌경관을 유지하여 도시민에게 편안한 안식과 경관을 제공하는 것이 농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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