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숙 칼럼]농기업의 덫

  • 입력 2009.02.23 07:51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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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농업관련 공약 중 눈여겨봐야 할 것은 농업을 3, 4차 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미명 아래 매출 1조원 이상의 농업회사 10개와 1천억원 이상의 연간 매출이 가능한 농기업 1백개를 만들겠다고 한 부분이다.

소규모 회사가 자본에 이길 수 있나

지난달 말 농림수산식품부는 본격적으로 안을 제출하고 실행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필자는 왜 걱정이 앞서는가. 2004년 말 현재 우리나라는 영농법인조합 2천9백여개소, 농업회사법인 6백30여개소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농업법인체들은 이미 50% 이상이 적자운영 상태이고 연간 매출 5천만원 미만인 경영체가 70%를 웃돌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한다. 돈이 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기업의 논리이다. 그런데도 이런 농업법인들이 유지되는 까닭이 무엇인가.

정부정책의 무능과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청산을 유도하지 않기 때문이며, 또 농업회사의 일부들이 그것을 기반으로 각종 정부정책자금을 이용할 기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농기업의 현실이 이러한데 정부의 정책은 한 번의 논의도 거치지 않고 일부 다방농사꾼들과 배를 맞추며 시행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농촌에 한때 세칭 잘나간다는 농업회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좋은 아이템과 살아보려고 발버둥친 덕으로 기업을 일구었으나 거대자본의 방해책동과 자본회전율에서 제동이 걸리면 그대로 독점자본에게 넘어가고 파산을 해야 하는 것이 영세농업회사의 운명인 것이다. 돈이 되는 곳이면 자본은 스멀거리며 발을 뻗는 속성 때문이다.

더욱이 농식품복합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신자유주의체제 아래서 국내 유수의 농식품업체들 마저도 저들의 공격에 당할 재간이 없는데 하물며 소규모 농업회사들이 자본과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 필자는 이미 우루과이라운드가 시작되던 때부터 이런 걱정을 해왔다.

이미 필리핀과 니카라과의 농업을 물 말아 먹은 돌(Dole)이 한국지사를 만드는 것이나 우리나라에 곡물수입의 60%를 장악한 카길의 성환 농장을 보면서 결국 우리농업은 다국적 기업의 손으로 가고 농민은 농업노동자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의 고민이었다.

농민이 생산담당 주체로 서야

농민이 생산을 담당하는 주체로써 농업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지금 농민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농업협동조합의 개혁은 이런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의 대안으로 생산의 주체를 우뚝 세워 내도록 만들어 가야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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