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농민의 희망

전세계 69개국 148개 농민단체 가입
식량주권 실현·지속가능 농업 추구

  • 입력 2009.02.22 10:31
  • 기자명 홍형석 전농 대외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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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가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저항하는 농민들도 국경을 넘어 연대를 통해 WTO와 FTA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전세계의 농민단체들은 1993년 벨기에에 모여 비아캄파시나(La Via Campesina)를 결성해 우루과이 라운드 반대 투쟁과 각국 농민단체들의 투쟁을 공유하며 연대를 모색했다. 한국농정신문은 비아캄파시나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농민단체를 소개한다.

원래 비아 캄파시나는 스페인어로 ‘농민의 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세계농민들에게 비아 캄파시나는 농민의 길이라는 원래의 뜻보다는 농민의 희망으로 더 많이 인식되고 있다. 비아 캄파시나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지만 세계농민의 희망이다.

비아 캄파시나는 1993년 벨기에의 몬스(Mons)에서 세계 여러 지역의 중소농, 농업노동자, 토착민 조직의 대표 46명이 모여서 첫 번째 총회를 진행하면서 출범하였다. 이후 비아 캄파시나의 전체총회는 4년마다 열리고 있으며 지난해 5차총회가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마푸토에서 진행되었다. 1차 총회는 46명이 모여 진행했지만 지난해 5차총회에서 41개조직이 가입함으로써 이제는 69개국의 148개 단체가 소속된 세계적인 농민조직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2003년부터 동남동아시아 지역 활동에 참가하여, 2004년 브라질의 이타이치(Itaici)에서 열린 4차 총회에서 회원조직으로 정식 승인받아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아 캄파시나는 한국이 포함되어 있는 동남동아시아를 비롯해서 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1, 2, 북미, 중미, 카리브해, 남미까지 총 9개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비아 캄파시나의 일상적인 의결기관은 ICC( International coordinate committee)라는 국제조정위원회이며, 국제조정위원은 각 지역별로 여성 1인, 남성 1인씩 각 지역의 총회를 통하여 선출되며 실질적인 지역의 대표역할을 한다.

현재 동남동아시아 지역의 여성대표는 한국의 윤금순 전여농 전 회장이며, 다른 한 명은 비아 캄파시나 사무총장인 헨리 사라기로써 일상적인 지역 대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비아 캄파시나는 식량주권과 무역에 관한 위원회, 종다양성 위원회, 유전적 자원 위원회, 농업개혁 위원회, 지속가능한 농업위원회, 여성위원회, 농민인권위원회, 이주위원회로 8개의 실행위원회가 존재한다.

비아 캄파시나는 최고 의결기관으로써 전체총회를 진행한다.전체총회는 각 회원조직의 모든 대표들이 참가하며 연대조직들의 대표까지 400여명의 대표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회의이다.

전체총회는 크게 청년총회, 여성총회, 전체총회, 연대총회로 이루어지며 지난 4년간의 평가와 이후 4년간의 계획을 토론 결정하고 연대총회에서는 연대단위와 공동의 전략까지 수립한다.

비아 캄파시나는 소농과 가족농을 중심으로 지역자원 활용을 통해 지역의 문화와 전통과 조화로운 지속가능한 생산에 기반한 농업의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또한 우리에게도 친숙한 민중의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아 캄파시나에게 식량주권이란 민중, 국가, 국가연합이 자신들의 농업과 식량에 관한 정책을 다른 나라로부터 들어오는 농산물의 덤핑없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또한 무토지 농민들, 소농에게 생산자원과 충분한 공공서비스를 비롯하여 토지와 물, 그리고 종자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또한 식량의 생산과 공급 체계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의 산업화된 농기업모델은 농업을 수직적으로 완전히 통합하여 지배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초국적기업이 아닌 민중에 의한 지역먹거리체계를 통하여 공동체 스스로가 식량의 생산과, 가공, 분배와 소비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비아 캄파시나는 매우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국제기구의 정책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활동에서부터 반성폭력, 식량주권 등을 내세운 국제적인 캠페인을 비롯하여 WTO와 초국적기업들을 반대하는 직접적인 투쟁까지 그 활동의 폭은 넓다.

비아 캄파시나는 전 세계 불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투쟁을 세계화하기 위하여 의미 있는 날을 지정하고 그 날에 맞춰 매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나는 ‘국제농민투쟁의 날’로 토지개혁을 위해 싸우던 브라질의 농민운동가가 암살된 4월 17일이며 또 하나는 ‘반WTO 국제투쟁의 날’로 한국의 농민이었던 이경해 열사가 WTO에 대항하여 ‘WTO가 농민을 죽인다’라는 말과 함께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9월 10일이다.

비아 캄파시나가 가지는 힘은 강력하다. 해가 갈수록 그 입지는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이런 비아 캄파시나의 강력한 힘은 바로 조직의 단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전 세계 각지의 수많은 조직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하나로 모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비아 캄파시나에게 얼굴색, 언어, 문화의 차이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다양성은 비아 캄파시나를 강력하게 만드는 무기 중에 하나일 것이다.

전 세계농민조직들은 농민의 희망인 비아캄파시나로 단결하고 있으며, 반세계화, 식량주권실현,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강력하게 투쟁하고 있다.

 

▲ 비아캄파시나 총회가 지난해 11월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세계 각국의 농민들이 모인 가운데 열리고 있다.

<홍형석 전농 대외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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