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지주회사 통한 신경분리 안된다

  • 입력 2009.02.16 06:41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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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협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협동조합 개혁의 핵심이라는 농협중앙회 신·경분리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부임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는 지난 수십년간의 숙제였던 만큼, 일단은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그러나 문제는 신경분리 방안이다. 정부가 구성한 농협개혁위원회에서는 연합회 체제 방안과, 신용사업연합회를 지주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협중앙회도 멕킨지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의뢰하여 준비해 온 금융지주회사 중심의 신경분리 방안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이번에 밝힌 신경분리안은 2010년에 중앙회 자본금 중 14조5천억원을 투자해 금융지주회사를 분리해 설립하고, 경제사업에는 2조7천억원의 자본금을 배분하는 방안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중앙회의 이 방안은 자체 공청회 없이 비밀리에 추진하여, 지난 6일 농협개혁위에 제출하기 하루 전 이사회와 대의원총회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져 농민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주장코자 하는 것은 지주회사 중심의 신경분리 방안은 협동조합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농민과 지역조합의 이익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지주회사란 무엇인가. 회사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그 사업활동을 지배 또는 관리하는 회사로, 다른 회사의 사업활동을 지배하기 위한 타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겠다는 것이 그 본질이다.

지주회사는 기업의 집중과 재편이 용이한 조직형태로 알려져 있으나,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재벌, 트러스트, 콘체른 등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기간 이를 금지했다. 또한 소수주주와 채권자는 지주회사 지배주주에 의해 그 이익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최근 논의되는 지주회사 방식의 신·경분리는 협동조합 원리와 동떨어진 기업 위주의 구조로, 농협중앙회의 중앙 집중적·비민주적인 소유·지배구조의 폐단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농민과 일선조합을 배제한 채 현 농협중앙회의 힘을 그대로 유지시키겠다는 것이며,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신·경분리 방안은 무엇인가. 바로 중앙회는 별도법인으로 나앉아 지도사업 전국연합회라는 중앙회 본연의 구실을 하게 해서 협동조합의 진면목을 살려내야 한다. 또,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은 임직원을 위한 것이 아닌 조합원을 위한 사업으로 조합원 본위의 사업을 펼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중앙회에서 분리된 경제사업은 지역협동조합 전국연합회, 품목별, 업종별협동조합전국연합회가 담당하고, 중앙회에서 분리된 신용사업은 신용협동조합전국연합회 격인 협동조합은행 또는 협동조합중앙금고가 담당케 한다.

이 협동조합은행은 회원조합 등이 출자하여 특수은행으로 하고, 지역회원조합과 각급연합회의 전국연합회 역할을 하며, 회원조합의 신용, 생산, 구매, 판매, 이용·가공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장태평 장관도 지적했지만,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는 더 미룰 수 없는 숙제다. 그러나 그 방향은 농협중앙회를 주인인 지역농협과 농민조합원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때마침 농민연합 등이 주최하는 ‘농협개혁을 위한 농업인 순회 토론회’가 12일 충북지역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24일 경남지역까지 전국에서 실시되는 이번 토론회에서는 협동조합 원칙에 입각한 올바른 신·경분리 방안이 도출돼 올해내로 농협법에 반드시 명시되는 큰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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