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위한 대기업 축산업 진출인가

  • 입력 2009.02.09 08:03
  • 기자명 이수호 한마음 영농조합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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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어느 집단에서 고안된 것일까?
수십년간 힘겨운 싸움에 지쳐 서서히 불 꺼져 가는 농업의 현실에 가슴이 저려오고, 엄청나게 오른 사료값과 수입농축산물의 공격에 감당할 수 없는 부채에 눌려 근근히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축산인들에게 마지막 선고와 같은 정부의 정책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피땀 흘린 축산인 노력 수포 위기

물론 현재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새롭고 현대화된 유통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소규모 축산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축산물 유통구조의 개선을 위해 대기업의 자본을 끌어들이겠다는 발상이다.

▲ 이수호 대표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지금까지 피땀 흘려 가며 질 좋고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해 온 축산인들의 노력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위험한 정책임에 틀림없다. 대기업의 거대자본이 축산업에 투입된다면 대부분의 축산농민들은 계열화농가로 전락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기업에서는 이윤추구를 위해 계열화된 농가들에게 사육비를 넉넉하게 줄 리 없으니 계속 규모를 키울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TV에서 계속 방영 되었던 미국의 거대한 기업식 소 사육이 우리에게 현실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의 계열화된 축산업의 대표주자가 양계산업인데 규모가 커지고 현대화된 구조개선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견제장치 없는 일방적 수직화된 계열화는 농가에게 엄청난 상실감을 떠 안겼다.

또한 농가의 양질의 축산물을 생산하려는 노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열정의 대가는 고스란히 기업의 몫으로 넘겨주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추구 본성은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생긴 부실마저 농가의 부담으로 떠 안게 될 것이며,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육비는 사육농가를 더욱 힘들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 한국의 축산농가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농가들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친환경 고품질의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명품브랜드를 생산하여 직접 판매에 나서는 등의 노력에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이제 스스로 고품질의 생산과 유통의 토대를 만들어나가려고 애쓰는 마당에 새해 벽두부터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이라니…. 이건 간신히 발걸음을 떼어놓는 아기를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격이다. 지금껏 입이 아프도록 주장해 왔지만 우리의 먹거리산업만은 자본의 논리에 맡겨져서는 안된다.

서구의 선진국들이 동물의 복지를 주장하고 자연친화적인 축산물생산에 관심을 갖는 마당에 대기업의 축산물 생산은 시대에 역행하는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이런 발표로 인해 전국의 수십만 축산농민과 축산업 관련단체에서 무척 긴장하고 있으며, 새롭게 재편될 축산업의 구조조정에 불안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몇년전부터  농민들에게 모든 사업계획을 밑에서 상향방식으로 추진하도록 요구해왔다.

그런데 축산농민들 거의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는 대기업의 참여를 누구의 동의를 얻어 추진하려고 하는가?  이 나라가 국민의 것이라면 축산업은 축산농민들이 주인인데, 그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축산업을 재편하려고 하는가?

대기업에 농민의 자리를 나눠주려면 축산농민들에겐 무엇을 나눠줄 것인가를 고민 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시대에 역행하는 대기업 축산방식보다는 소규모 고품질 축산농가들 이 좀더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생산하도록 시설개선 사업을 지원하고 되도록 생산농가들이 합심해서고품질의 축산물을 가공, 유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사료값이다, 기름인상이다’ 너무 힘에 겹다고 대다수 축산농가들의 생존권을 대기업 자본에게 한꺼번에 갖다 맡길 수는 없다.

현재 다소 불안정한 축산업의 장래는 축산인들 스스로가 짊어진 짐이고,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나가면서 강해져야 한다.

농민들 시장 넘봐서는 안될 말

어느 날 한 줄기의 소낙비가 해결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목마른 자가 샘을 파듯 우리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윤추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한 식탁을 책임지기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할 것이고 정부는 이러한 농민들의 노력에 정책적 지원으로 화답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과 정부는 이중 삼중고로 고통을 겪는 농민들의 시장을 넘보지 말고, 전세계의 대기업과 경쟁하려 노력하며, 농민이 안전하게 생산한 먹거리를 깨끗하게 가공하고 공급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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