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축산업에 비농업인 참여 확대 안된다

  • 입력 2009.02.09 07:58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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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농림수산식품부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농업의 경쟁력강화 방안으로 농업회사법인의 민간자본제한 폐지와 비농업인의 축산업 진출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농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농업·농촌 및 식품 산업기본법에 따르면, 비농업인은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할 때 지분의 75% 이하에서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만, 정부는 지분한도를 폐지하고 ‘100% 지분 참여’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또 현 축산법은 모돈 5백두 이상의 양돈업과 5만수 이상 양계업에는 대기업이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제하여 군소 축소농가를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철폐하여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 길도 터 준다는 것이다.

원래 농업회사법인의 입법정신은 농민을 주체로 하고, 자본을 비농업인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농업의 발전을 꾀하려는 데 있었다. 그래서 당초 비농업인의 출자한도를 50% 이하로 하였으나, 그 사이에 입법정신이 희석돼 현재 75%로 늘어난 것도 잘못인데 이를 100%로 허용한다는 발상이니,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농식품 기업의 육성과 농가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측면에서 내놓은 정책이라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결국 농업회사법인에 비농업인의 출자제한을 폐지하고,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허용하여 전국의 농업을 대자본의 산하에 집중시켜 농민을 노동자화 하거나 농업 밖으로 내몰려는 것이다.

세계를 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의 농업과 거기에 종사하는 군소농가를 깔아뭉개려고 하는 발상이다.

말하자면 이번에 농식품부가 발표한 농업경쟁력 강화방안은 생산주체인 농민과, 농민만 소유하라고 하는 농지를 헌법을 어겨 가며 대기업과 자본에 맡기겠다는 것이니 위헌적 요소가 있고, 경쟁력이 없는 농민은 죽으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대기업 자본이 경쟁에 눈이 어두워 사람을 보지 못하는 그들의 속성으로 농산물 생산이라는 1차적인 기능 외에 식량안보와 홍수조절·대기정화·경관보전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갖고 있는 농업을 지켜낼 수 있을지 지극히 의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농지 취득을 통해 투기를 노리는 도시민들이 농업회사법인을 우후죽순 만들어서 농지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농업회사법인의 이름으로 난개발을 부채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농지의 무분별한 전용과 난개발로 농지면적을 급격히 감소시켜 식량안보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농지가격 상승에 따른 지대비용 상승 등으로 오히려 일반농민의 농업경영을 악화시킬 우려도 있는 것이다.

그동안 농민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나름대로 농업회사법인을 만들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판에 비농업인 자본제한이 폐지되면 그동안 근근히 명맥을 유지해 온 군소의 농업회사법인들의 숨통을 막는 구실도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양돈, 양계 등 계열화 산업에서 보듯 대기업이 축산업에 진출하게 되면, 군소 축산농가들은 몰락할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 농가들은 대기업의 고용자로 전락할 것이고, 마침내는 축산현장을 떠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이렇게 중요한 농업정책을 발표하면서 농업인은 물론 학계, 지방자치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심지어 당정협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한나라당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시장원리주의적이고 경쟁 지향적인 농업의 경쟁력강화 방안은 즉각 철회돼야 옳다. 느닷없는 발표로 농축산인들이 혼란을 겪을 뿐이며, 이 나라 농축산업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과 하등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는 세계적 식량위기 시대를 맞아 어떻게 농민들이 농촌에서 안심하고 농사짓게 하는 정책을 세우고 집행해야 하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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