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와 자연, 그리고 농업

들꽃어린이집 원장 박미정

  • 입력 2007.07.27 18:51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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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꽃어린이집 박미정 원장
긴 장마도 끝이 나고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통해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며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자 한다.

돈 많은 사람들이야 해외여행이다, 골프여행이다 해서 서민들은 감히 꿈도 못 꿀 계획들을 세우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박한 휴가를 갖는다. 계곡이나 바다로 아이스박스 챙겨들고, 삼겹살에 소주한 잔 마시며 삶의 애환을 달랜다.

또 간간이 시골고향집을 찾는 것이 휴가가 되기도 한다. 어머니 따오신 고추에다 부추 썰어 넣고 이열치열로 더운 날 매운 고추전을 먹으며 정을 나누기도 한다. 도랑에서 잡아온 다슬기도 소일거리가 된다. 국물은 술을 많이 마시는 남자들의 몫이고, 바늘로 쏙 뺀 다슬기는 간장에 비벼져서 별미가 되기도 한다. 밭에서 따온 옥수수를 먹으며 어릴 적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직도 여름날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풍경 하나이다.

피서지가 고향이든 산과 바다이든 공통점이 있다. 자연에 가깝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황금 같은 휴가를 도심 속에서 보내는 것 보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것을 값지다고 여기는 것일까? 정답은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얼마 전, 어린이집 아이들을 데리고 바깥나들이를 간 적이 있다. 실내에 있으려니까 날씨는 덥고 습도는 높고, 아이들은 작은 일로도 다투고 다분히 공격적이었다. 그런데 바깥을 나서자마자 온갖 것을 다 궁금해 하며 모두가 친절하고 서로 배려하는 다정한 친구가 된다.

작은 풀꽃, 곤충의 허물, 작고 반질반질한 돌멩이 등에다 이름을 붙여주며 서로 묻고 서로 답해준다. 메뚜기의 허물을 보고는 엄마 메뚜기가 죽은 것인데, 아기메뚜기가 너무 말을 안 들어 속이 타 죽었다고 한다. 옆에 있는 아이들은 정말 그렇다고 묻어주자고 하며 함께 무덤을 만든다, 꽃을 꼽아준다고 야단법석이다.

아이들에게 곤충의 변태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지만, 내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 또 다른 것에 금방 관심을 갖는다. 내가 선생님이 아니라 자연이 선생님인 것이다.

아이들이 자연의 품에 안기는 것이나, 사람들이 자연 속으로 피서를 즐기는 것이나 다르지 않으리라. 자연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품어주며 여유를 주는 것이다. 자연이 좋다하여 새삼스럽게 자연보호운동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산업화로 황폐해진 도심과 우리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농촌과 농업을 지키는 것이다.

식량주권 문제로서의 농업 뿐만 아니라 농업의 다원적 기능 중, 환경보전의 기능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더운 여름날, 에어컨 밑에서 아무리 시원하다한들, 어디 계곡에서 발 담그고 물장구치는 것만 하겠는가. 옥수수 울타리로 고추가 익어가는 고향집의 툇마루 그늘만 하겠는가.

계곡과 농업과 무슨 상관이냐고? 오늘날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개방정책이고, 근원이 경쟁논리이다. 다시 말하면 돈 되는 일에는 환경이고 뭐고 없이 다 투자해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린벨트가 해제되어 난 개발이 되면, 그때도 마음 놓고 찾은 수 있는 계곡이 많을까? 아닐 것이다.

농업을 지키는 일은 개별 농민들의 이익을 위해서 농민만이 나서야할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살며 자연의 혜택을 누리는 모든 사람들의 몫인 것이다. 거칠게 풀기는 했지만, 여름날 휴가를 보내면서도 농업을 생각하는 마음을 키웠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진주여성농업인센터 부설 들꽃어린이집 원장 박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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