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방-경남 거창군 ‘지역주민 연극교실’

“힘든 농사일 극복, 자신감 높인다”

  • 입력 2009.02.02 17:49
  • 기자명 김영미-경남 지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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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군은 매년 겨울 국제연극제를 개최하는 곳이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의 문화·취미활동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실버합창단, 연극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힘든 농사일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높임과 동시에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곳이 있다. ‘지역주민연극교실’이 바로 그곳.

지난 2005년 3월 경남 거창군 위천중학교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시작한 ‘연극교실’은 올해로 4년차를 맞이한다. 첫해는 직장인, 주부, 공부방선생 등 15명이 일주일에 한 번씩 밤에 모여 연습을 했다. 현재 회원은 10여명 내외이지만, 연극교실을 통해 지역주민, 여성농민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 경남 거창군 ‘지역주민연극교실’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20일 겨울연극제에 참가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러운 부부끼리 연극 연습

당초 연극교실을 시작할 때는 차가 없어서 트럭 뒤에 타고 연극연습을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특히 곽희정 씨는 아이 둘을 데리고 연습하느라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곽 씨는 “차가 없으니 한 겨울에도 트럭 뒤에 타고 연습을 하러 다녔다. 농사를 지으면서 밤에는 연극연습을 하러 다닌 것이다. 연극을 시작하면서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당시의 감동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 연극교실의 특징은 부부가 함께 참여할 만큼 문이 열려 있다.

연극교실을 이끌어 오고 있는 정옥경 씨는 “남편은 내가 연습하는 동안 아이를 업고 있기도 하고 운전하며, 따라다니다가 2007년부터 연극연습에 합류했다. 또 정주은 회원은 올해 아기를 가져서 연습을 그만두고 남편이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 씨는 이어 “남편들이 참여한 후로 주변의 반응이 뜨거워지고 있다. 주변 여성(농민)들이 지역특성상 잘 참여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부끼리 연극연습을 하니까 부러워한다”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학교 강당에서 연습을 하다가 지난해부터 복지회관에서도 하고 있다. 특히 공연을 앞두고는 무대 감각을 익히기 위해 공연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연극지도는 거창국제연극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서정상 선생이 맡아 해주고 있다.

또 연극에 필요한 소품, 의상, 시나리오, 대본 등도 서 선생과 연극교실 회원들이 함께 준비한다.
이 연극교실은 현재까지 3회 정도의 공연을 했지만 수상한 적은 없다. 그러나 수상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워하지 않는다. 다만 공연을 더 자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자아 발견 큰 계기”

정옥경 씨는 “1년에 한차례 개최되는 거창 국제연극제에 참석하고 다른 연극제에 참가할 엄두를 못 낸다. 연극제, 대회에 더 참가하고 싶지만 밤에 모여서 연습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지역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게 더 아쉽다”라고 토로했다.

공연 연습을 시작하고 연극제에 참가하면서 주변사람들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 졌다고 한다. 특히 주변에서 “생각보다 잘하는데?”라는 의외의 반응과 함께 자기가 아는 사람이 연극에 출연하니 더욱 즐거워 한다는 것.

정 씨는 “비록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하게 된 연극이지만 무대 위에서 남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큰 수확이다”라고 자부했다.

또 그는 “시부모와 남편 눈치 보고 농사일 하느라 바쁜 날들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열심히 연습해서 회원들에게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바쁘다, 시간이 없다고 하지말고 작은 일에라도 배움이 있는 곳이면 한번 도전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이를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며 생활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특히 남편과 같은 취미를 갖게 되면 더욱 돈독한 부부간의 애정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김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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