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지원조례 청원운동을 시작하며

  • 입력 2009.01.19 08:29
  • 기자명 전기환 전농 강원도연맹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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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농민들은 자고 나면 오르는 유류, 사료, 비료, 농자재 등 영농기자재값의 폭등과 농산물가격 폭락으로 참담한 한해를 보냈다. 더욱 농민들의 거친 손마디를 옥죄는 것은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화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이러한 농민들의 우려는 기축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꺾일지 모르는 곡물국제시세, 달러의 고공행진으로 이어지면서 영농자재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농민들의 근원적인 고통을 해결하기보다 언론용 생색내기 정책으로 농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생색내기 정책으로 농민 외면

지난 1년 동안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논보다 밭이 많은 강원도는 타 시도보다 더 농민들이 고통을 당해왔다. 강원농민들은 지난해부터 ‘농업생산안정화 기금’ 마련을 통한 농가의 생산비폭등에 따른 영농비 지원을 요구하였지만 지자체의 소신 없는 농업정책으로 농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으며, 도민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대의정치를 통한 지역농정을 책임져야 할 도의회 또한 그렇다.

농업경영비 인상은 쌀 개방, 쇠고기 수입재개, 한미FTA 체결에 따른 정부의 농업포기 정책으로 농촌을 등지고 농업의 몰락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농업개방정책으로 인한 외국농산물의 범람으로 수지 맞는 농사가 없는 현실에서 영농비 인상은 그나마 남아 있는 농민들의 작은 희망조차 빼앗아 가고 있다.

지난해 영농비 폭등을 보면 비료값 200% 인상, 사료값 100% 인상, 면세유 70% 인상 등 모든 농업자재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한편 농가소득은 시설농가의 소득이 농식품부통계를 보더라도 40%가 감소하였으며 축산농가, 소득이 30∼50% 급감하고 수도작농가 소득 등 경영비 인상에 따른 소득이 크게 줄고 있다.

이런 경영비인상에 따른 소득감소는 도농간의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져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들의 소득에 70%밖에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지표들이 보여주는 것은 농업경영에 있어서 영농비 폭등에 대한 해결 없이는 농가소득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 세계 식량의 부족으로 인해 식량주권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경영비 인상에 따른 농업소득의 감소는  농업의 몰락은 물론 농촌의 붕괴로 이어 지면서 식량이 부족되는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강원도에서 경영비 인상에 따른 농업붕괴를 막기 위한 노력들은 벌써 몇 년에 거쳐 진행되어왔다. 논보다 밭이 많은 지형조건에 따른 ‘밭주곡작물에 대한 직불제’ 실시, 급작스런 생산비폭등을 해결하기 위한 ‘농업생산안정화기금’ 정립 등 도지자체와 도의회를 향한 정책제안과 대농민투쟁을 통한 정책요구를 해왔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를 통한 농업정책마련이 수구적이고 반농업적 지자체와 의회를 움직일 수 없다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직접민주주의를 통한 우리의 힘으로 농업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농업인 소득안정영농지원조례’제정을 위한 청원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이번 조례제정운동은 지난 여름 전국을 뒤흔들었던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것처럼 우리의 권리를 우리가 직접 행사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한 갈래이다.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우리의 힘으로 극복하면서 농민들에게는 실질적인 지원을 주는 농업에 대한 희망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내는 주권운동이다.

그러나 안정된 기반에서 농사를 짓고 싶어하는 농민들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급식조례운동에서 보여준 것처럼 주민발의에 의한 조례청원운동은 도와 의회의 견제와 비협조로 일관하면서 내용이 변질되고 조례가 제정되었지만 예산수립을 하지 않는 등 많은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직접민주주의 실현 토대 될 것

농민들의 손으로 생산비폭등에 따른 경영안정에 대한 지원정책을 만드는 일은 이제 시작이다. 도민 1만2천명의 서명을 받기 위한 농민회원들의 열정과 농민들의 단결된 힘으로 조례를 제정하고 이에 따른 예산을 확보하는 일은 식량주권을 실현하고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농민들의 청원을 통한 농업안정제도 마련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한계가 있다. 농업의 발전은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책임지면서 지자체가 특색을 살려 지역농정을 수립하고 실시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농업정책에 대한 올바른 정립과 함께 직불제 확대를 통한 농가소득 안정제도가 마련되고 이를 토대로 해서 지자체의 적극적 농정마련으로 이어질 때 농민들이 바라는 농업의 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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