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협중앙회 신경분리 제대로 해야 한다

  • 입력 2009.01.19 08:26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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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로부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이른바 ‘신·경 분리’는 내년으로 미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농협 신·경 분리를) 10년 후가 아니라 당장 해야 한다”면서 “9월 이전 신경분리안을 확정하고 10월 정기국회에 상정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우리는 장 장관의 발언이 이번 기회에도 신·경 분리가 안되고, 내년부터나 본격화하겠다고 하는 것이니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으로 또 한번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 농협중앙회로부터의 신·경분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는 지난 40여년간의 숙제였다. 근년에는 1994년 문민정부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활발하게 논의돼 왔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농협중앙회 임직원들의 강력한 저항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애매모호한 태도로 실패를 거듭하고 말았다.

어떻든 농협중앙회 신·경분리의 핵심은 비사업적 기능을 하는 중앙회를 따로 떼어내고, 현재 중앙회의 사업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두 개의 연합회로 분리하자는 것이다. 따로 떼어낸 중앙회는 농협중앙회 본연의 업무인 회원조합과 농민조합원에 대한 교육·훈련·지도·조사·감독·홍보·대 정부 농정활동 등만을 담당토록 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논의되고 있는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방안과 관련, 지주회사화 하자는 매우 우려스러운 주장이 일고 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도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농협의 신용 및 경제사업 분리여부에 대해서는 “시중은행이 신용사업을 키워 가는 상황에서 우리도 시장경쟁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대형화하고 지주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는 협동조합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매우 잘못된 발상이다. 지주회사란 사전적 의미로 ‘모 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사업활동을 지배하여 대형화 독점화를 추구해 가는 회사’를 말한다.

모 회사는 자회사의 지배주를 확보하여 업무와 인사를 수직적으로 관장하는, 독점적 금융자본이 도달하는 일반적 행로이다. 그러니 이 자체가 농협 신용사업에 도입된다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하다고 할 수밖에….

농협이 영리법인이 아니라는 것은 만국 공통이 아닌가. 농민들의 자주적인 결사체인 농협이 농민조합원 삶의 질 향상이라는 협동조합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정면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된 경제사업은 지역협동조합 전국연합회, 품목별, 업종별협동조합전국연합회가 담당하고, 중앙회에서 분리된 신용사업은 신용협동조합전국연합회 격인 협동조합은행 또는 협동조합중앙금고가 담당토록 해야 한다.

회원조합과 지역조합은 협동조합으로부터의 대출금, 조합원의 예금, 출자금으로 조합원의 생산, 이용, 가공, 구·판매사업을 조직, 운영하고, 판매사업으로 대금을 결제하면서 원리금을 회수하는 이른바 종합경영원칙에 따라 사업을 전개하도록 해야 한다.

협동조합을 이와 같이 운영하면 경제사업으로 적자가 날 리도 없고, 농민이 농협으로부터 빌린 돈이 부채로 남지도 않을 것이다.

특히 이 협동조합은행은 설립하는데 있어 정부출자 49%, 회원조합을 비롯한 모든 농업관련 단체 출자 51% 비율로 설립하는 특수은행으로 해서, 지역회원조합과 각급 연합회의 전국연합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비록 늦었지만, 이번 만큼은 제대로 된 농협중앙회로부터의 신·경분리가 추진돼 농협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조합원의,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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