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숙 칼럼]농협개혁의 칼

  • 입력 2009.01.19 08:23
  • 기자명 한도숙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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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터져 나온 농협 비리와 관련한 대통령의 한마디 질타로 농협중앙회가 지난 7월 개혁안을 부정하고 정부에게 개혁 작업을 넘겨 버린 것은 스스로 개혁안이 설익은 것이며 반개혁적임을 입증한 꼴이 되어 버렸다.

농협은 농민 조직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굵직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비리사건은 농협개혁의 일각에 불과한 것들이다. 농협중앙회가 한국농업을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정부의 농업축소 정책에 들러리를 섬으로서 정부의 묵인 아래 농촌 농민을 상대로 이윤을 추구하는 돈 장사로 덩치를 키우고 배를 불린 것 아닌가?

농민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농협의 정체성과는 일 푼도 어울리지 않는 한미FTA 민간지원본부에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이미 “농협은 농민의 조직이 아니오”라고 만천하에 알린 것이나 진배없는 것이 다.

우리가 오래 전부터 신·경분리를 주장한 것은 농협중앙회의 근본적 철학과 구조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어렵게 신·경분리를 다루고자하는 마당에 정부나 농협의 신·경분리는 농민들과 동상이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농협이 주장하는 지주회사는 무엇인가. 주식, 보험, 투자 등 종합금융투기 회사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농협의 기본인 신용사업은 딴전이고 금융지주회사 제도로의 전환은 농협 개혁이 아니라 농민에게서 농협중앙회를 빼앗아 가는 것이다.

농민들의 고혈을 빨아 자본금을 축적한 농협중앙회가 이제 와서 농민들은 팽개치고 자본가와 투기세력의 배를 불리려 하는 것은 농민들의 억장을 무너지게 하는 일인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개혁돼야 하는 것은 한국농업을 살려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죽어가는 농업과 농민 농촌을 보라. 우리나라 행정조직 외에 가장 방대한 조직을 갖추고 있는 농협이 본연의 역할을 한다면 농업문제의 7할이 해결될 수 있다고 농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다.

농업 문제의 7할 해결 가능

10년 동안 칼을 갈아 왔다. 그리고 그 칼을 빼어 들었다. 썩은 무라도 베어야 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썩은 무를 잘라서는 안 된다. 개혁 작업이 완성 될 때까지 칼집에 칼을 넣어서는 안 될 것이다.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을 통하여 농업생활력의 증진과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의 원래 모습으로 개혁되길 농협개혁위원회에 한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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