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마다가스카르 세계 최대 농지 임대 추진을 보면서…

단작화로 생태계 파괴 우려

  • 입력 2009.01.17 22:24
  • 기자명 홍형석 전농 대외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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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부장 홍형석
지난 2008년 11월18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에는 한국기업인 대우 로지스틱스가 130만 헥타르의 마다가스카르 농지를 99년 동안 임대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며칠 뒤 광대한 토지임대에 대하여 대우 측이 단 한 푼의 대가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사가 연이어 실렸다.

식량·금융위기 틈탄 토지 약탈

이에 대해 수많은 언론들과 시민사회진영의 관심이 증폭되자, 지난해 12월5일 대우는 언론을 통해 ‘승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하면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의 농지임대계약은 추진 중이며, 가장 유력한 추진기업이 대우 로지스틱스일 것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했던 식량위기는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나라들에게 위기감을 심어주었다. 이 위기감은 식량안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나라들을 해외농지개발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나서게 했다.

또한 식량투기를 통해서 재미를 본 금융자본과 초국적 곡물기업들은 세계금융의 붕괴 속에서 새로운 이익의 원천으로 식량과 농업연료(바이오연료) 생산으로 눈을 돌리고 토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제 농지는 식량위기와 금융위기가 결합되면서 새로운 전략적인 자산이 된 것이다. 정부, 민간기업 모두에게 질 좋은 농지를 발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돈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낮은 자급률로 인하여 국제식량가격 폭등은 당장 국내 식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곧바로 서민들의 어려움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때 맞춰 지난해 4월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하면서 해외농지개발 문제가 식량수급정책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해외농지개발은 마다가스카르의 경우와 같이 후진국 정부들과의 계약을 통해 엄청난 토지를 무상 혹은 저가로 영구적, 반영구적으로 임대 혹은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거대한 자본을 이용하여 후진국의 토지를 약탈하고 있는 것이다.

단작화가 가져올 생태계 파괴

대우는 마다가스카르에 임대할 전체 130만ha의 토지 중에서 100만ha에는 옥수수를, 30만ha에는 야자나무를 각각 재배할 계획이다. 178만ha에 달하는 한국의 경지면적에 비하면 이는 엄청난 규모를 뜻하며, 대규모 플랜테이션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얼핏 장관을 연출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녹색사막이 가져올 영향을 고려할 때 이는 파괴에 가깝다.

단작화, 연작화, 대규모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현지농업개발은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의 대량살포와 대규모 관개를 필요로 한다. 이는 지력의 저하, 표토의 유실에 따른 토양의 황폐화를 가져올 것이며, 물 역시 부족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농약의 과다한 살포는 주변 생태계를 완벽하게 파괴할 것이다. 130만ha에 달하는 지역이 옥수수와 야자나무 외에는 아무것도 살지 않는 지역이 될 것이며, 수십 년 가깝게 수년 안에 옥수수와 야자나무조차 키우기 어려운 지역이 되어 버릴 것이다.

UN 식량농업기구(FAO)는 해외 경작지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들의 경쟁이 ‘신식민주의’체제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가 있다.

더구나 대우가 확보한 130만ha의 땅은 마다가스카르 경작지의 절반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더욱 우려스러운 문제이다.

UN 세계식량프로그램(WFP)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 국민의 70%가 최저생활 유지에 필요한 생계비보다 낮은 소득수준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3세 이하의 절반에 가까운 어린 아이들이 만성적인 영양결핍으로 성장장해를 받고 있다.

새로운 식민주의의 부활?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옥수수를 확보하고, 마다가스카르는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소위 윈윈(Win Win)전략이라는 주장은 굶주린 마다가스카르의 국민들의 모습에 비추어 과연 서로를 위한 길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사실 우리에게는 이미 그러한 경험이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동양척식회사를 설립하고 일본의 식량확보를 위하여 한반도의 쌀을 모조리 쓸어갔다. 물론 한국이 마다가스카르에 총독부를 설치하고 있지 않지만, 정부와의 관계를 통하여 현지 농지를 확보하고 이를 본국으로 가져오는 것이 과거의 일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식량위기시대에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해외농지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식량안보라는 개념에서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식량안보개념은 먹을거리가 어디서 어떻게 재배되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다.

3세계 민중들을 착취하면서 농약과 방부제 범벅이 되었든 말든 상관이 없다. 또한 해외농지를 위해 투자하는기업들은 식량안보라는 단어를 앞세워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할 뿐이다.

식량주권 실현 농업정책 절실

식량주권은 국내 소비를 위한 식량을 확보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식량주권은 생태계에 안전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건강하고 문화적으로 적합한 식량에 대한 민중들의 권리이며, 민중들이 자신의 고유한 식량과 농업체계의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권리이다.” (2007 니엘레니 선언 중에서)

그러므로 우리는 해외농지개발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식량주권 실현을 위해서 자국의 농업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부장 홍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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