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삶의 성취감 찾는다”

인터뷰-정영수 거창군여성농민회 실버합창단장

  • 입력 2009.01.13 11:24
  • 기자명 김영미-경남 지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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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수 단장
까만 얼굴, 짧은 머리에 깊게 파여 하얀 어깨가 드러난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20여명의 할머니(?)들이 가곡을 통해 스스로의 성취감과 삶의 활력소를 찾는 곳이 있다.

거창군여성농민회(회장 김태경)가 운영하는 여성농민실버합창단(단장 정영수)이 바로 그곳. 현재 20여명이 넘는 여성농민들이 실버합창단에 소속되어 있으며 평균연령은 66세이다. 55세인 최연소 여성농민이 그나마 평균연령을 낮추었다고 한다. 실버합창단장을 맡고 있는 정영수(64세) 단장을 만나 그간의 활동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실버합창단은 어떻게 운영하나?
합창단은 2007년 4월 거창군이 공모한 사업을 거창군 여성농민회가 ‘실버합창단’이란 사업으로 신청해 처음 시작하게 됐다. 초기에는 34명으로 시작했는데 여성농민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현재는 20여명이 2년 넘게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노래 지도는 누가 하나?
진주시립합창단 단원인 김윤진 강사가 매주 와서 가르쳐준다. 김윤진 강사는 늘 우리를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노래를 잘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늘 용기를 주는 김윤진 강사가 더 없이 감사하다.

-공연경험은 얼마나 되나?
농촌에서 공연할 기회가 별로 없다. 나이 많은 여성농민이다 보니 여성농민행사에 많이 참석했다. 전여농 경남연합 2007 한마당 때 첫 공연을 했고 이후에도 경남여성농업인센터박람회, 그리고 전국노래자랑 예선, 거창겨울연극제 등등에서 공연을 했다.

-운영에 있어 힘든 점은?
일단 나이가 많은 사람이다 보니 운전을 할 수 없어 이동하는데 큰 불편이다. 그래서 각자 회비를 내어 봉고차로 이동을 한다. 다행이 우린 큰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라 활동을 할 수 있지만 골짜기에 사는 사람들은 교통이 불편해서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경제적 지원이 거의 없어서 연습할 때 물 한 모금 쉽게 마시지 못한다.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고 행정에서 안정적인 지원이 있으면 더 많은 사람이 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합창단 이후 달라진 모습이 있다면?
우선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만날 돈, 밭, 일밖에 모르던 사람들이 합창단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찾았다. 포도밭에서도 가곡을 틀어놓고 일을 하고 배운 노래를 부르며 일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가곡을 부르다보니 나 스스로 교양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걸음걸이부터 시작해서 말, 심지어 웃음까지 변화된 것을 깨달았다.

노래하다가 틀려도 웃고 잘해도 웃고 2시간 내내 웃게 되어 우울증도 없어지고 짜증내는 일도 적어졌다. 가정도 편안해졌다.

-앞으로 합창단의 계획?
전국무대에 한번 나가보고 싶다. 상을 받지 못 해도 TV에 나와 보는 것이 나와 단원들의 목표이다. 나이든 여성농민들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경남=김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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