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들의 새해 희망찾기

자연순환 영농조합법인 ‘텃밭’
“협업적 가공 생산…농업위기 극복”

  • 입력 2009.01.13 11:19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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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농업의 위기는 소품종 대량생산의 단작화, WTO로 인한 장거리 농산물무역을 위한 무리한 수확후 처리과정을 거친 수입농산물, 생명이 아닌 상업화된 농업에서 출발된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한 물질순환농업, 지역먹거리(로컬 푸드), 환경과부화를 극복하는 친환경농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농업을 살리고 전통가공식품을 생산하는데 있어 여성농민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인 여성농민은 종자를 보존하고, 전통가공식품을 대대로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상업화된 농업에서 여성농민은 단순·저임금의 농업노동을 제공하는 역할만이 남는다.

이런 현실에서 여성농민이 농민으로, 여성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한국농정신문은 여성농민이 살아야 우리농업이 산다는 취지로 여성농민들이 협업을 통해 여성농민의 지위를 되찾고 우리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사례를 취재한다. 우선 여성농민들이 협업적 가공생산을 하는 강원도 횡성의 지역순환 영농조합법인 텃밭을 찾았다.

텃밭서 농사지어 생산한 콩으로 두부 제조
지역생산, 가공, 유통 등 자립적 구조 구축

텃밭두부로 더 유명한 횡성의 영농조합법인 텃밭(공동대표 홍경자, 윤종상). 영농조합법인은 협업적 농업경영을 통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의 출하, 가공, 수출 등을 공동으로 하는 농민들이 결성한 법인을 말한다.

작은 영농법인인 텃밭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성농민이 주역이기 때문이다. 텃밭은 30명의 조합원 중 20명이 여성조합원이고 남성은 5명, 그 외 5개의 단체로 구성돼 있다. 단지 여성농민이 많다고 해서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텃밭은 지역의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가의 여성농민들이 직접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 생산한 농산물로 먹거리를 제조와 가공해 지역농업의 생산과 가공, 유통 등의 자립적 구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집터에 딸리거나 집 가까이 있는 밭을 뜻하는 텃밭을 법인의 이름으로 사용한 이유도 지역순환과 여성농민이 직접 짓는 농사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윤병상 텃밭 대표는 “텃밭의 의미는 가족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마음으로, 가장 비옥한 밭에서 가장 정성스럽게 농사짓고 그 농산물로 먹을거리를 만들겠다는 다짐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텃밭은 여성농민, 지역순환, 협업, 그리고 전통 가공식품에 대한 고민을 안고 2007년 7월에 설립됐다. 텃밭의 사업방향을 보면 이런 고민들이 잘 반영돼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텃밭이 내세우는 첫 번째 사업방향은 지역순환농업이다. 친환경농업을 밭농사 위주로 확대하고 생산, 가공, 유통과 소비를 협동을 통해 지역 내 물질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여성중심을 내세우고 있다. 여성농민의 지위향상과 대대로 내려오는 농가전통식품의 기능을 전수하고 농업노동에서 여성의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지역먹거리 운동과 농업의 역할을 확대하고 소비자와의 연계를 통해 지역에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것이 텃밭을 창업한 목적이다.

텃밭의 제품은 횡성 여성농민이 직접 지은 농산물로 여성농민이 직접 만든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물론 텃밭의 농산물은 농약을 치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이다.

텃밭의 주력 품목은 두부이다. 두부의 원재료인 콩을 선택한 이유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했다고 한다. 윤병상 대표는 “강원도는 고랭지농업을 많이 하는 곳으로 배추, 옥수수 등이 다비 작물이기 때문에 밭이 금방 황폐화 돼, 콩을 심어 땅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콩을 이용한 전통 가공식품이 다양한 점도 반영됐다. 우리 밥상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콩을 원료로 한 된장, 간장, 고추장, 두부 등 다양한 먹거리다. 집집마다 된장 맛이 다르다고 하듯, 여성농민들에게는 각자 고유한 콩 가공식품을 만드는 법이 알고 있기에 텃밭은 콩으로부터 시작했다.

▲ 자그마한 텃밭의 공장에서 생산된 두부를 홍경자 대표(사진 왼쪽)와 윤종상 대표가 포장하고 있다.
텃밭의 두부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른다. 두부 제조는 콩을 고른 뒤 물에 잘 씻어 불려서 기계 맷돌로 갈아 큰 솥에 펄펄 끓인 뒤 비지를 빼낸다. 비지를 뺀 콩물에 염을 들여 굳힌 다음 누름의 과정을 거치는 전통 손두부 제조방식으로 만든다.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지만 작업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 저온살균 냉각수조, 스텐레스 용기, 솥, 압력기 등의 설비를 현대화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부는 지역의 생협 매장에 납품을 하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직접 배달한다. 최근에는 택배를 도입해 여성농민회와 교류사업을 하는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들에게도 판매가 되고 있다.

텃밭은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비지와 순두부도 판매하고 있으며, 콩을 이용해 청국장을 만들어 판매한다. 텃밭의 청국장도 전통 방식이다. 청국장은 1년에 1번만 제대로 만들어진다.

홍경자 대표는 “청국장은 집안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 몰려들어 맛있는 청국장을 만들기 때문에 두 번째 만들 때부터는 처음의 맛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청국장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조합원들의 돌아가며 한 번씩만 만들어 판매를 한다”고 설명했다.

텃밭은 향후 친환경농산물 품질인증을 공동추진을 통해 친환경 농업 실천 조합원을 확대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횡성여성농업인센터와 연계해 농가전통음식을 일반 시민에게 전수하고 제품을 개발해 사업을 확장시킬 계획이다.

콩깍지와 비지 등 두부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친환경 사료를 생산하고 친환경인증 농산물 가공사업까지 확장시킬 것을 계획하고 있다.

윤병상 대표는 또 다른 사업계획도 갖고 있다. 윤 대표는 윤리적 소비, 공정무역을 주장하는 생협과는 달리 생산자 중심의 소비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윤 대표는 “최근 여러 지역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농민들을 위해 월별로 일정 금액을 내면 매주 1회 제철 농산물을 수확해 보내주는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며 “도시소비자들은 제철 농산물을 받아보고 다양한 품목을 받아 볼 수 있어 좋고 농민들은 생협 등 거대한 조직과 거래가 아니어서 부담이 덜해 대량생산이 아닌 소량생산으로도 가능해 소농에게 적당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텃밭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돈을 많이 버는 곳은 아니다. 유명세 덕분에 현지 견학을 온 사람들 중 자신들보다 더 어렵게 운영한다고 평가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익을 내기 위해 무리한 규모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소농과 여성농민, 소비자가 공생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업체이다. 텃밭은 성공 사례가 아닌 아직도 시험 중에 있는 여성농민들의 대안을 실현하고 있다.

 〈강원도 횡성=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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