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희망을 키우는 사람

  • 입력 2009.01.12 07:14
  • 기자명 이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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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입법부라고 부르는 국회는 어떤 곳인가. 말 그대로 ‘민의의 전당’이다. 당연히 그곳에는 저잣거리와는 다른 질서와 품격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를 저잣거리의 아수라장처럼 만든 야당은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아도 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한번 톺아보라. 과연 그런가?

나는 그 뉴스를 밥상머리에서 보았다. 피가 거꾸로 솟은 한 야당 대표가 국회 사무처로 들어가는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에 비쳤을 때,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아차, 싶었다.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이마를 때렸고 벌떼처럼 달려들 수구보수꼴통들의 악다구니를 환청으로 듣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싸늘하게 이죽거렸다.

“강기갑이는 국민한테 사과해야 돼.”

이 문제로 국민들보다 여당인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이 길길이 날뛰며 핏대를 세우고 있는데 그 모양새가 참으로 우습기 짝이 없다.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는 것, 장마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처럼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번 ‘국회 폭력’(?)의 원인은 어디에서 발생했는가. 진단이 틀렸으니 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이 애초 ‘엠비 악법’이라는 법안들을 국회에 상정하는 것부터가 틀린 진단이었다. ‘돌팔이’의 진단이 오진인 것을 명백하게 알고 있는 야당이 팔짱 끼고 점잖게 체면 차렸다면 그들은 국민들에게 죽도록 돌팔매를 맞았을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악법은 법이 아니다.

가진 자들의 주머니는 채워주고, 목숨이 비루하기 짝이 없어 수 없이 ‘죽음’을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견디고 있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내고 싶어 오만 잔꾀를 다 부리는 이명박정권의 ‘악법’을 저지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야당을 포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것이야말로 우리 같은 국민들은 ‘최후의 보루’였다. 그러니까 야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웠어야 했던 것이다. 의원직을 걸고, 목숨을 담보로 싸워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표현대로 ‘국회 폭력’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말이다.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나무란다고, 과거 한나라당도 걸핏하면 국회를 점거하는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는가. 물론 그런 행위가 되풀이 되어도 좋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애초 한나라당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공언했다. 그러나 소위 ‘엠비 악법’들은 제대로 공청회나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수의 논리로만 밀어붙인 일방통행이었다.

그러니까 꼬일 대로 꼬여버려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던 것. 쉽게 풀어낼 수 없도록 꼬인 모든 것의 매듭은 한나라당이 만들었으니까 그 매듭을 푸는 것도 한나라당 몫이다.

강기갑 의원은 이 나라 농민과 서민들의 최후의 보루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를 국회로 보냈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에는 싸워서라도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지켜내라고 그들이 파견한 사람이다. 나는 이 나라 정권들이 농민들을 ‘소수 민족’ 쯤으로 치부해버리고 홀대하고 있는 현실이 아프고 또 아플 뿐이다.

국회사무처는 이 나라 농민과 노동자와 서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홀대를 했으면 중앙홀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건물 입구를 막아버렸는가. 이런 사무처의 행위는 오만불손했고 졸렬하기 짝이 없었다.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부패한 권력의 전당이었다.

강기갑. 은유와 상징으로 말한다면, 나는 그를 ‘초록 전사’라고 부르겠다. 수많은 정권과 권력에 의해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진 이 나라 농업을 더 이상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초록’을 키우는 농민들이 그를 국회로 보냈다.

지난 5년, 우리는 그에게서 ‘초록’의 희망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만하면 됐다. 더 이상 이 ‘초록 전사’의 어깨에서 힘을 빼앗으려 하지 마라. 그는 죽을힘 다해 이 땅 ‘초록’의 희망을 키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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