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염원 쌀’ 146톤 북송

농민들 54개 시군 12만평 경작지서 수확
통일농업 실현.대북쌀 지원 법제화 등 촉구

  • 입력 2009.01.11 00:38
  • 기자명 연승우/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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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만 겨레의 소원인 통일을 염원하는 농민, 노동자들이 식량주권 수호·통일농업 실현을 위해 북으로 통일 쌀을 보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 한도숙)과 민주노총(위원장 이석행)은 지난 9일 남측에서 생산된 1백46톤 분량의 통일 쌀을 북측에 전달했다.

이번에 북송된 쌀은 지난해 전국 54개 시·군에서 농민들이 시민들의 성금을 모아 13만평의 통일경작지를 조성해 지난 일년동안 땀과 정성으로 가꾸어 온 것이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인천시 중구 인천항 1번 부두에서 북에 1차로 1백44톤의 쌀을 지원하는 '통일쌀 보내기'를 하루 앞둔 8일 환송식을 갖고 있다.
당초 1백74톤의 쌀을 북으로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력에 의해 28여톤 분량의 쌀은 여의도와 영등포 소재 전농 사무실 인근에서 억류되어 전달되지 못했다.

통일쌀 북송과 관련, 농민들은 지난 5일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8일 통일부 앞에서 회견을 마친 뒤 9일 인천항을 출발, 당일 남포항에 도착해 북측에 전달됐다.

기자회견은 지난 5일 제주도청 앞에서부터 시작됐으며 6일은 광주·전남(구 금남로), 전북도청 앞에서, 7일은 경기도청, 충남, 충북, 경북 성주시청, 강원도 도청 앞에서, 8일에는 경남도청에서 잇따라 진행됐다.

이번 통일 쌀 북송을 위해 농민들은 ‘통일쌀 법제화 실현을 위한 전국 순례 대행진 팀’을 구성해 2개로 나누어 광주를 출발해 경남-경북-강원지역을, 나머지는 광주-전북-충남-경기지역을 순회했다.

서울지역에서 6.15남측위원회, 6.15농민본부,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8일 통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5통일쌀’을 환송하고, 615공동선언, 10.4선언 이행과 대북 쌀지원 법제화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냉각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평화적 통일의 실현은 우리 민족이 공동으로 추구해야할 최선의 목표”라며 “첫 시작은 남북정상의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북 쌀지원 법제화는 안정적인 대북지원정책을 통한 통일을 앞당기는 방안임과 동시에 남측 농업을 지속,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지금이라도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실천에 길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기자회견 도중 5톤 트럭에 벼를 싣고 온 농민들이 대북쌀 지원 법제화를 촉구하며 40kg 볏가마를 정부종합청사 앞에 내리는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과 농민들이 마찰을 빚었다.

통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농민들은 통일 쌀을 싣고 인천항까지 퍼레이드를 벌였으며 이후 환송식을 진행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 광주전남 농민들은 약 28톤 분량의 쌀을 1톤 트럭 20여대와 5톤 트럭에 나눠싣고 여의도 광장에서 통일 쌀 출정식을 진행했다. 이날 출정식에서는 통일 쌀을 적재한 트럭을 1대당 10여명의 경찰들이 에워싸고 통일부 앞의 기자회견과 인천항에서 예정된 통일쌀 환송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해 농민들이 강력 반발했다.

이들 광주전남 농민들은 “통일의 염원을 담은 농민들의 마음을 경찰들이 꺾는다”라고 주장하며 1년 동안 정성껏 키운 쌀을 길거리에 흩뿌리기도 했으며 이를 경찰이 제지하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농민들은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자 쌀을 봉지에 조금씩 담아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12시 30분경 계속해서 상황이 대치되자 농민들은 5톤 트럭에 적재된 벼의 일부를 여의도 광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사이의 대로에 흩뿌리며 극에 달한 분노를 표출했다.

경찰력은 광주전남 농민들이 싣고 온 ‘통일 쌀’ 길을 끝내 열어주지 않아 북측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나머지 쌀은 인천항 인근의 창고에 입고시킨 뒤 오는 16일 북측으로 다시 보내질 예정이다.

이날 멀리 진도에서 아버지인 곽길성 전농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전주, 성주, 춘천을 돌며 통일쌀 보내기 운동을 알려낸 곽준(19) 학생(한빛고 3년)은 “남북통일은 당연히 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통일 쌀을 북측으로 많이 보내야 한다”면서 “경찰들이 통일 쌀을 막을 이유가 없다. 왜 막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통일부 기자회견을 마치고 ‘통일 쌀 환송식’을 위해 인천항으로 출발한 농민들은 오후 3시경에는 인천항에서 환송식을 개최했다.

한편 전농은 지난 2002년을 시작으로 통일농업 실현과 대북쌀지원 법제화를 요구하며 농민들의 땀과 정성으로 키운 통일 쌀을 북으로 보내고 있다.
 〈연승우 / 최병근기자〉


“통일쌀 북송 제지 사과하라”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쌀 북송에 대해 경찰이 제지한 것과 관련,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통일 쌀 북송을 가로막은 이명박 정부는 농민 앞에 사과하고 모든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농은 성명에서 “이번에 북송되는 통일 쌀은 지난 1년 동안 54개 시군의 농민들이 땀과 정성으로 키운 것이다”라면서 “이런 통일 쌀을 전경버스와 전경들로 에워싸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것은 반통일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전농은 “북송되지 못한 통일 쌀은 창고에 적재되어 북송일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라며 “이명박 정부는 이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하며 통일을 바라는 숭고한 농민들의 마음을 짓밟는 것에 대해 농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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