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설]시름과 고통, 풍요와 희망으로
[신년사설]시름과 고통, 풍요와 희망으로
  • 한국농정 기자
  • 승인 2009.01.03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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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무자년은 지나갔다. 그리고 누구나 풍요와 희망을 비는 새로운 한해, 기축년이 밝았다.
지난해 우리 농민들은 누구나 유난히 힘든 해였다. 힘들고 고달프다는 시름과 걱정의 소리가 농촌 곳곳서 흘러나왔다. 농민들은 논과 밭, 축사를 떠나 아스팔트 농사에 더 열중했고, 정부에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세계적 식량위기 ‘강건너 불구경’

전 국민의 촛불항쟁에도, 광우병 위험이 여전함에도 현 정부는 미국쇠고기 수입 재개를 강행하여 최근 젖소 송아지값이 3만원대로 폭락하는 등 양축농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기에 국제 기름값과 사료곡물 등 농산물 생산비가 껑충 뛰었지만, 농산물값은 기상여건 호조에 따른 생산량 증가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부진으로 바닥을 헤맸으며, 이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시장에 내다 팔아야 손해만 보는 농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산지에서 애써 키운 농산물을 폐기까지 해야 했다. 그래서 1인당 3천만원에 이르는 농가부채는 갚을 길이 막막하고 자살하는 농민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악성부채 해결 공약’도 감감 무소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쌀 직불금 문제는 농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이른바 ‘가짜 농민’들 중에는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등 소위 사회지도층이 대거 포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까지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큰 기대를 걸었던 국회의 쌀직불금 국정조사특위는 부당수령자 색출과 책임규명 등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모든 활동을 종료하고야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세종증권 매각과 관련한 농협중앙회 비리가 터져 나오면서 협동조합을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대통령 질책 한마디에 놀라 자체 개혁안을 내놓고 있지만, 면피성 대책에 불과하다는 인상이 짙고, 정부도 농협개혁위를 만들어 개혁방안을 논의하고는 있지만, 핵심을 빼놓고 헛다리만 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 역시 시늉에 그칠 공산이 크다.

급기야 연말에 가서는 농민들이 가장 우려하던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농업계에 핵폭탄이 될 것이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국회 외통위에 상정하고야 만 것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이 미국 입장을 확인한 뒤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한나라당이 반의회주의적 방식으로 처리하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FTA로 가장 큰 피해를 받을 것이 분명한 농민단체장들은 세밑 엄동설한에 밤샘 노숙농성을 벌였지만, 정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정치권은 여전히 네 탓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터진 세계적 식량위기 사태도 현정부는 ‘강 건너 불 구경’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민 보호를 내세워 곡물 수출을 제한하는 등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데도, 우리는 문전옥답마저 허물어뜨리고 있다. 70% 이상을 농지로 사용한다던 새만금간척지를 30%로 축소시킨다고 한데 이어 정부는 구랍 18일자로 전국의 농업진흥지역 농지 88만ha 중 농업보호구역 농지 6만6천ha를 해제시키고야 말았다.

새해는 농업과 관련이 깊은 기축년 소띠의 해이다. 우리 조상들은 12간지의 소를 ‘농경문화 속 풍요와 성실함의 상징’으로 여겼다. 새해는 풍요는 고사하고라도 농촌에서 성실히 농사짓는 농민들이 대접받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 농업을 둘러싼 대내외의 여건은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자유주의 광풍을 타고 농산물 수입개방은 가속화 될 것이고, 농민을 농촌에서 추방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농정은 더욱 노골화될 것이다.

그래도 우리 민족을 먹여야 하고, 국민들의 생명줄이 걸린 민족산업이자, 생명산업인 농업은 살려야 하고, 또 지켜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적 식량위기시대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대책이 수립, 실행돼야 하며, 헌법에 보장된 ‘경자유전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 다시는 쌀 직불금 같은 문제가 터지지 않게 해야 한다.

진정한 농업회생대책 수립 우선돼야

협동조합을 주인인 농민 조합원에 돌려주고, 농협에 만연한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농협중앙회로부터의 신용·경제사업 분리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며, 정부 책임이 분명한 농가부채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하지 않아도 될 한미FTA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근본적 ‘농업회생대책’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오늘 농민들의 시름과 고통을, 내일 풍요와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한국농정신문은 정부와 정치권에 이같은 대책을 끊임없이 촉구할 것이며, 농민들의 올바른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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