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숙 칼럼]기축년 새해를 맞으며

  • 입력 2008.12.31 11:18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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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천박한 이명박 정부의 농업정책 철학이 드러났습니다. 세계적 식량위기에도,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수입에도 농업을 지키라는 농민과 국민들의 목소리는 명박산성에 부딪치는 메아리로 돌아왔던 한해였습니다. 농진청을 폐지하겠노라 했습니다. 한미FTA를 선비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대꼬치처럼 추켜 들었습니다.

기름값 폭등과 사료값, 비료값 등 자재비의 대폭 인상으로 농민들은 목숨을 끊는 일이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란 말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농산물값 하락으로 또 한 번 농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사실 세계식량위기가 폭동으로 나타날 때 농민들은 이 정부의 농업철학이 바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을에 터져 나온 쌀직불금 부정수령 사건은 세상을 한번 요동치게 했지만 농민들이 바라는 것처럼 마무리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한해를 그렇게 보내고 나니 그동안 싸운 것이 헛것이었나 생각됩니다. 농민들의 투쟁이 한낱 이익집단의 그렇고 그런 투쟁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졌다면 우린 잘못 싸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현명한 국민들입니다. 여러 곳을 통하여 보면 농민들의 투쟁이 옳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동안의 투쟁에도 기꺼이 박수를 보내셨습니다. 백만 촛불이 그러했습니다. 쥐꼬리 새우깡으로 촉발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광우병 쇠고기와 멜라민 파동을 겪으면서 생명 산업인 농업에 관심을 갖는 계기로 확대되었습니다. 이젠 누가 뭐라 해도 농민들을 깔보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합니다. 정부가 아무리 농업을 퇴출하려 해도 국민들 스스로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합니다. 농민들이 먹을거리를 붙들고 농사를 짓는 한 결국 농민들의 입장을 이해할 것이라 합니다.

우리 스스로 지난해 싸움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합니다. 국민들이 농업을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무엇보다 농민단체간 이견을 좁히고 함께 싸우는 모범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제 그 힘으로 명박산성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거기엔 국민들이 함께 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농사를 함께 짓는다는 마음으로 같이 싸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전체 국민들이 농민의 최대 원군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축년 새해 우리 모두의 소망은 우리농업이 이 땅에 유지되도록 하고 국민들이 농민들을 믿고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길이 없을 때 길을 만들어 가는 농민들의 우직한 모습이 오천년 역사를 만들어 왔듯이 우리의 투쟁은 영원히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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