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쌀직불금 문제 해법

직불금과 경작권을 농민에게
‘임차농 경작권 보호 법률’ 제정하자

  • 입력 2008.12.31 11:09
  • 기자명 최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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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관 전 정책위원장
“이제 농사 그만 하세요”
“내년에 논에 옥수수나 심겠습니다”
지주의 전화가 걸려왔다. 대부분의 소작농들은 지주들로부터 소작을 떼일 위기에 처해 있다. 지주들은 직불금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강화되자 자경으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평생을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도 쌀농사를 통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시기에 도시인들의 쌀 농사바람이 불고 있다.

“어이 김씨 로타리치고 모심어 줄 사람 좀 구해줘”
“약뿌려주고 벼베줄 사람 구해줘”
“논물 봐주고 1년간 얼마나 주면 돼?”

20km의 통작거리 제한이 무너지고 농업을 경영하는 것도 자경으로 인정되면서 도시인들의 자경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으로 되고 있다. 논에도 안 가보고 전화로 농사짓는 농민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나마 실제로 이렇게 하는 경우보다는 임의로 지주통장 하나 만들고, 서류상 농약 사고, 비료 사고, 벼를 수매하면 된다. 이렇게 스스로 경영한 것으로 만들어서 얼마든지 자경확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주 양도소득세 탈루 ‘희생양’

소작 농민들은 이제 직불금을 돌려받기는 고사하고 농사짓던 논마저 지주들의 양도소득세 탈루의 희생양으로 떼일 판이다. 96년 이후에 논을 산 지주들은 사생결단으로 나서고 있다. 공무원들은 적당한 소명자료만 들어오면 그것을 인정해 주라고 한다.

만약 지주가 소송이라도 걸면 공무원들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지주가 소작인을 데려와서 소작인이 지주의 경영에 의한 위탁영농 사실을 확인하면 공무원들만 다친다고 알아서 하라고 교육하고 있다.

지주 그들은 경작확인서를 만들기 위해 근처 농약방을 뒤져서 비료, 농약 구매사실을 만들고 소작농들에게 경작확인서를 받아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작인들은 눈물을 머금고 지주의 경작 확인서를 제 손으로 만들어 바칠 수밖에 없다. 이장들은 소작인들이 직접 찾아와서 그 논이 떨어지면 우리 가족 생계가 막힌다며 도장을 찍어줄 것을 이장에게 간곡하게 요청하고 있다.

실타래처럼 얽힌 농촌사회의 인간관계 속에서 단호하게 소신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주위의 지탄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28만명에 달한다는 부당 수령 의심자들은 다 그렇게 빠져나가고 있다. 지주들은 놓치고 오히려 소작인만 손해를 보는 기막힌 현실을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경작권, 소작농 밥줄 달린 문제

시골의 공무원들은 더 많은 인구의 유입을 위해 노력하며 도시인들의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만들고 농지원부를 만들고 조합원 신청을 하고 세금을 감면받고 각종 농업인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해 왔다. 부동산들은 각종 서류를 해결해주고 직불금을 받지 않아도 일할 소작농들을 직접 알선해 주었다. 그리고 거짓된 모든 것들에 대해 그동안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가짜농사꾼과 진짜 농사꾼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가려볼 것인가’ 하는 것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고리이다. 소작인이 농사를 지었어도 농지 임대차 계약서 한 장 받아본 적 없고 농지원부에 올리지도 못하고 그래서 직불금도 못 받았다.

내일이라도 주인이 그만두라면 4식구 5식구 밥줄이 달렸어도 찍소리 한번 못해보고 논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소작료는 무슨 법률규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높아도 먹고살기 위해서는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 농지에 관한 한 임차농들은 지주들의 노예와 다름없이 아무런 권리 주장도 할 수 없었다.

소작농의 경작권은 소작농들의 밥줄이 달린 문제이다. 1만5천평 농사에 자기 논은 1천5백평이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소작농의 대부분은 젊은 농민들이며 전업농들이다. 이들은 우리 농업의 미래인데 이런 소작농들의 경작권이 보장이 되지 않는 조건에서 어떻게 농촌에 남아 있을 수 있으며 식량주권은 누가 어떻게 지킨단 말인가.

▲ 11월25일 경기도 지역 농민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형근 이사장은 명단을 공개하고 국정조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특위는 결국 일정에 쫓겨 기관보고도 하지 못한 채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임차농 경작권 보호장치 만들자

부당한 직불금 수령자들을 가려내고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농민들이 경작권을 잃게 되는 현실이 더욱 절실한 과제로 되고 있다. 자경기준을 강화하고 소작농의 경작권이 보호되어야 한다.  우리 농민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과거의 직불금이 아니라 앞으로의 경작권과 그것을 통한 미래의 직불금 확보이다.

직불금 부당수령 지주들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면서 허술한 자경기준으로 경작인들을 더욱 위기에 빠뜨린 현실을 바로 보고 시급하게 임차농 경작권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전국의 임차농들의 가슴속에는 농지의 소작과 관련하여 저마다 말 못할 응어리들이 있다.  그것을 모아서 범농민 청원운동으로 일시조치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튼튼한 경작권 보호조치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내자.

-농지를 임대할 경우 반드시 농지임대차 계약서를 쓰도록 하고 계약서가 없어도 실경작이 확인되면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며 농지의 경우 최소 3년 이상 임대를 보장해주고 농지임대차 계약을 회피하는 지주는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

-통작거리는 20km로 제한하고 통작거리를 벗어나는 경우에 농지를 매입할 경우 농지임대차 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90일이상 영농참여에 농업노동의 절반이상을 직접 참여해야 자경으로 인정하고 소작인들은 소작인 조합을 구성할 권리를 가지고 소작인 조합을 통해 이를 감시할 수도 있다.

-농지취득자격증명 및 농지원부 등 부실 기재시 처벌하도록 하고 경작 확인시 경작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도와준 공무원과 위증한 이들은 처벌해야 한다.

-위탁영농을 엄격히 제한하여 통작거리 밖은 엄격히 제한하고 규정에 맞지 않을 시 처벌해야 한다.

-소작료는 지역별 상한선을 설정하고, 농지은행의 경우에도 지주들의 농지투기 도피처의 역할을 하지 않도록 위탁영농의 규정을 강화하고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농협의 농기계 임대사업이나 위탁영농이 농지투기를 도와주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소작인들은 지역 조합을 통해 실경작 확인을 할 수 있고 지주는 소작인이 실경작 확인서를 가지고 있는 경우 함부로 경작권을 빼앗을 수 없다.

-직불금은 실경작인이 받고 받지못한 직불금은 국가가 환수하여 경작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직불금 부당수령사례를 신고하면 신고포상금 20배를 환수하고 경작인에게는 5년간 경작권이 자동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임대료를 깎아주면 양도소득세가 인하되는 조치를 통해 지주와 소작인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작농들 단결 없인 성과도 없다

한편 실경작 확인은 2009년 농가등록제 시행에서 다시금 쟁점으로 된다.  지주들은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전체의 63%에 달하는 소작농들의 단결 없이는 어떠한 성과도 가져올 수 없다.

소작인이 단결하고 스스로 투쟁하지 않으면 소작인들의 권리는 아무도 대신해서 지켜주지 않는다.  전체소작인들의 마음을 모아 국회청원운동을 벌이자. 마을마다 간담회를 진행하고 서명운동을 해서 국회의원들에게 입법을 요구하자.

소작인 대회를 개최하여 “직불금을 농민에게, 경작권을 농민에게”라는 우리의 요구를 높이자.  그리고 지역과 마을 단위로 소작인조합을 구성하여 지주들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자. 직불금을 주지 않는 땅에 대해서는 로타리작업과 벼베기 작업을 공동으로 거부하자.  소작인들이 서로 단결하고 도와야 소작인들이 경작권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다.

11월 25일 경기도 지역 농민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이사장은 명단을 공개하고 국정조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특위는 결국 일정에 쫓겨 기관보고도 하지 못한 채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쌀 직불금 파문 일지

2007년 …………………………
3월 15일 한국농정신문, 쌀직불금 관련 이장 기고문 게재
3월 19일 감사원, 직불금 이장 기고문 및 조종대씨 신고기사 포착, 한국농정신문과 통화
4월 16일~5월 15일
3월 19일 감사원, 쌀직불금 감사 실시
6월 20일 쌀직불금 공무원 부당수령 청와대 보고
7월 26일 감사원, 감사결과 비공개 결정
8월 11일 감사원, 부당수령의심자 17만명 명단(공무원 4만6천명 포함) 파일 삭제

2008년 …………………………

10월 16일 이봉화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직불금 부당수령 의혹 제기
10월 14일 감사원, 쌀직불금 감사결과 공개
10월 17일 한승수 총리, 쌀직불금관련 대국민 성명 발표
10월 20일 여야, 쌀직불금 국정조사 합의
10월 23일 이봉화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사퇴
11월 17일 강기갑 의원 직불금 부당 수령·신청자 435명 공개
11월 10일 국회쌀직불금국정조사특별위원회 설치
11월 17일 감사원, 28만명 명단 특위 제출
11월 25일 농민단체,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명단 공개 거부 성토
11월 26일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명단 제출 결정
11월 27일 쌀직불금국정조사 12월 23일까지 연장 결정
12월 1일 감사원, 쌀직불금 명단 국회 특위 제출
12월 16~18일 청문회 무산
12월 23일 직불금 결과보고 무산
12월 26일 쌀직불금 특위활동 종료~국회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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