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 ‘성암건강두부마을’을 찾아서

지역 안전 먹을거리 농민이 책임진다

  • 입력 2008.12.31 10:59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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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면적 358㎢, 인구 6만여명. 지역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산업은 농어업. 전형적인 한국의 농어촌을 대변하는 충남 서천군에서 농민과 소비자 상생을 이끌어 내기 위해 작지만 큰 희망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성암건강마을두부(대표 류호일)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33m², 약 10평)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가공해서 다시 지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형태인 ‘로컬푸드 시스템(Local Food System)’을 구축하여 지역농민과 소비자 모두가 같이 사는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 충남 서천의 성암건강마을두부 한 구성원이 새벽 5시, 신선한 두부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이곳에서 생산되는 콩을 이용하여 두부를 만들고 있다.

현황=서천군 서천읍에 위치한 성암건강마을두부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다. 2007년 10월 문을 열어 이곳에서 취급하는 주요 품목은 두부이다. 한 달에 약 1천2백모 정도 팔려 나간다. 원재료인 콩은 서천군 농민들로부터 1kg에 3천2백원에 사들인다. 이렇게 사들인 햇콩을 두부로 가공한 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국 총무와 이상구 씨가 매주 화요일, 금요일 두차례 두부를 만들어낸다. 일주일에 약 3백모의 두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부는 1모(500g 기준)에 2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유명식품회사가 만든 두부 한모(400g)가 2천원이 넘는 상황이면 성암건강마을에서 판매하는 두부는 저렴한 편이다.

이곳에서는 두부를 저녁에 만들어서 보관했다가 아침에 배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상태의 두부를 공급하기 위해 새벽에 만들어서 이 지역 소비자들의 아침 밥상에 오를 수 있도록 배달하고 있다.

건강마을영농법인은 두부만 만들지 않는다. 두부를 배달하고 있는 유통망에 쌀과 같은 주곡과 감자, 토마토, 새송이, 복분자, 수산물 등 품목의 배달사업도 병행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금천구의 한 기업에 쌀, 잡곡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당초 성암건강마을두부를 만들 때 쉬운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 두부의 판로 등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특히 가격이 문제였다.

시중에서 한모에 8백∼1천원하는 두부를 누가 2천원씩 주고 사먹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멜라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파동, 다이옥신 돼지고기 등과 같은 사태로 가족들의 건강이 위협을 받자, 서천군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선택했다. 우려했던 모든 것들이 ‘기우’가 되어 버린 것이다.

두부 제조와 배달=150모의 두부를 만드는데 30∼35kg 콩이 사용된다. 이렇게 해서 사용된 콩은 2007년 기준 약 6톤 수준이다. 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콩을 하루정도 물에 불린 다음 갈아서 두유를 만들어 95도의 물에서 약 15∼20분정도 끓인다.

이후 간수를 넣는 작업을 한 뒤 압착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두부가 거칠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있어 광목천으로 한 번 더 걸러낸다. 포장할 수 있는 기계가 갖춰지지 않아 만들어진 두부는 하나하나 손으로 포장이 된다. 두부를 만들고 난 뒤 생기는 콩비지는 소, 닭의 사료로 활용된다.

새벽 5시부터 만들어진 두부는 6시30분에 완료되어 2명이 배달에 나서기 시작한다. 배달되는 곳은 주로 서천읍과 장항읍(서천읍에서 15∼20k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개인 소비자들이다.

두부를 받아먹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맛이 좋아 두부를 끊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두부를 만드는 날 꼭 두부공장에 들러서 2모씩 사가는 소비자도 볼 수 있었다.

두부를 배달해서 먹는 한 소비자는 “두부공장이 생기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일주일에 2번씩 두부를 받아먹고 있다. 두부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여느 두부와는 다르게 고소하고 따뜻하다. 또, 서천에서 생산되는 콩을 사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의미 있다고 생각해 꼬박꼬박 먹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장에 들러서 두부를 구매해 가는 소비자는 “성암건강마을에서 판매하는 두부를 사지 못하는 날이면 인근 마트에서 9백∼1천원짜리를 사먹는다. 근데 마트에서 파는 두부는 맛이 별로 없어 된장찌개 하는 데만 조금 넣는다. 하지만 여기서 파는 두부는 따뜻할 때 사서 꼭 그냥 먹게 된다”라고 말했다.

▶향후계획=요즘 성암건강마을영농법인의 가장 큰 고민은 콩의 안정적 확보와 두부의 판매처라고 한다. 특히 콩 값이 올라서 두부가격도 인상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

이와 관련 이재국 성암건강마을두부 총무는 “지난해 1kg에 1천8백원하던 콩 값이 올해는 3천원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두부 값도 인상해야 할 판이다. 농협에서는 포장재 비용 등을 이유로 수매가격보다 2백원을 더 얹어서 팔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농민들에게 직접 1kg에 수매가격에 2백원을 더 주고 사오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그는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를 위해 콩을 많이 사용하는 가공업체와 협의해서 농가와 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천군에는 청국장, 두부 등 콩을 이용해 가공식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과 협의를 한 뒤 안정적인 콩 확보를 위해 농가와 계약을 맺을 것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향후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먹을거리 생산자조합을 구성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직판장’을 통해 판매한다는 구상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의 폐교를 활용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이 총무는 “현재와 같은 불안한 원료확보와 판매구조로는 지속적으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 사업을 키우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기 급급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총무는 이에 따라 “지역먹을거리 생산자조합이 구성되고 난 다음, 직판장을 만들 것이다. 두부 배달은 현재를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직판장에서 두부를 비롯한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판매할 구상을 가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두부 판매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서천군은 농산물 뿐만 아니라 바다를 인접하고 있어 수산물도 풍부한 곳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 등으로 품목을 확대해 소비자들에게 서천지역의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천군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 아래 ‘지역식량 정책협의회’ 구성을 목표로 현재 이를 위한 기반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선구 서천군 기획실 담당자는 “최종 목표는 2009년 초에 식량정책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지역 생산자, 소비자들과 함께 학습동아리도 만들고 지역식량자원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들이 모아지면 ‘식량정책협의회’를 구성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또 “현재 서천군은 쌀 품목에 한해서만 학교급식에 지원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하드웨어(급식유통센터)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건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결국 이를 통해 안전한 먹을거리의 공급 품목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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