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변 태 영 육인농장 대표이사

  • 입력 2008.12.31 10:50
  • 기자명 엄청나 지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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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고 공동으로 수익 창출 ... 회계,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하게

▲ 변태영 육인농장 대표
▶어떻게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게 되었는가?
우리 지역에 젊은이가 없는 것이 자극이 되었다. 농업이 우리 자식들과 젊은이들에게 전망있는 직업으로 평가받지 못하다 보니 다 농촌을 떠나고 있다. 후계자가 없는 농업은 미래가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물려줄 수 있는 농사를 한번 지어 보고 싶었다.

▶육인농장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참 어려웠다. 국가가 농업을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내몰면서 겪는 경제적 어려움부터, 여러 사람이 함께 농사지으면서 생기는 마음의 문제까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1998년 농장이 화재로 전소되었을 때는 지금도 돌이키면 눈물만 난다. 파프리카를 처음으로 파종을 하고 수확을 앞두었을 때다.

매일매일 수확만 기다리며 마음 떨리는 시간을 보내는 중에 갑자기 화재로 인해서 파프리카 한 개 수확도 못하고 농장 전체가 타버렸다. 정말 그만 둘까 하는 고민도 여러 번 했지만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그간의 피땀이 너무 아까웠다. 다행히 재해에 대비하여 보험을 들어 뒀었는데 그 덕에 다시 재기할 수 있었다.

▶육인농장이 성공하게 된 요인은?
마음을 모았던 것이 중요했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농장을 소비자에게 공개했으며, 함께 농장에서 일하는 18명이 육인농장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초반에는 영농조합법인을 꾸리고도 각자 자기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육인농장에 전념하지 못했다. 이래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각자의 일을 모두 정리하고 부인들까지 육인농장에서 일을 하게 했다.

농장에서 일하는 아주머님들에 대한 대우도 매우 중요하다. 최고의 농산물은 농장 대표가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농장에서 일해주시는 아주머님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일하는 분들이 더 좋은 직장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자부심을 갖고 평생의 직장으로 여길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서 이직 없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 농장은 절대 비정규직을 고용하지 않는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비 지원을 하고 있고, 일요일은 쉬지만 농업의 특성상 공휴일엔 쉴 수 없어 공휴일엔 꼭 특별수당을 지급한다. 이사들의 부인들도 모두 농장에서 아주머님들과 똑같이 일하고 똑같은 수당을 받는다.

▶회계의 투명성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할 텐데?
함께 일하고 공동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우리와 같은 곳에서는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농장에서 일하는 모두가 유리알처럼 재정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일 조회를 통해서 그날 그날의 회계보고를 10원짜리까지 하고 있으며, 한 달에 한 번 이사회를 통해 철저한 결산을 하고 있다.

▶앞으로 영농조합법인을 고민하는 농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으로 값싼 외국산 농산물들이 밀려들어오는 요즘은 농사꾼들이 농사짓기에 너무 좋지 않다. 영농조합법인도 이러한 한국농업의 현실을 떠날 수 없다. 하지만 육인농장을 하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것이다. 여럿이 마음과 힘을 모으면 그 힘은 막강하다.

또한 구성원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자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성공하기 바란다면 그 일에만 몰두해야 한다. 여러 농사를 겸한다면 구성원들의 마음도 전문성도 담보할 수 없다. 우린 마음을 모았기에 여기까지 왔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항상 다른 농민들한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우리는 94년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의 일환으로 국가 지원을 통해 시작했다. 일부 농민들만 정부 투자의 특혜를 받고 있고 우리도 그 혜택의 일환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 우리만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농업이 위기면 우리도 위기다. 전체 농민이 함께 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는 농업에 평생을 바치고 농사꾼으로 살고자 하는 농민들 모두에게 끊임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

어떤 일이든 투자 없이 성공할 수 없다. 농민들은 죽을 힘을 다해 농사짓고 있다. 정부는 농업을 통해 국민의 식량주권을 지킨다는 큰 원칙 아래 농업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농정을 펼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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