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으로 신자유주의 농정 극복

충남 예산, 영농조합법인육인농장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한마음

  • 입력 2008.12.31 10:17
  • 기자명 엄청나 지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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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이 빚어낸 위기의 한국농업 현실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국민농업 실현을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 영농조합법인을 꾸려 협업을 통한 생산공동체를 지향하면서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농사꾼들이 있다. 어려운 농업 여건 속에서도 13년간 영농조합법인으로 ‘살아남은’ 충남 예산 육인농장이 그곳이다. 〈충남=엄청나 기자〉

12년간 끊임없이 공부하고 투자, 수출까지
소비자들과 ‘소통’…직거래 비중 증가세

육인농장은 1997년 예산 지역의 학교 선후배 농사꾼 6인이 모여 이왕 농사 지을 거면 제대로 한번 해보자며 출발했다. 하지만 이듬해 수확한번 제대로 거둬보지 못하고 화재 사고로 1만6천5백29㎡(5천여평)이 전소되자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3인은 중도 포기하고, 나머지 3인이 남아 현재까지 육인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육인농장은 2만1천4백87㎡(6천5백여평)의 첨단 시설을 갖추고, 수경재배 방식과 천적을 이용한 해충 구제 방법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토마토를 주 종목으로 하여 시작했으나, 가격 변동이 심한 토마토는 경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판단 하에 이듬해부터 가격변동 폭이 크지 않은 파프리카 재배에 들어간다.

1999년 일본으로 첫 수출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꾸준히 수출하고 있으며, 국내 직거래 판매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와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소비자와의 끊임없는 소통 노력=육인농장은 소비자와의 신뢰 형성이 향후 성공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판단하고 이에 막대한 공을 들이고 있다. 농장 방문의 날을 개최하여 소비자 초청 행사를 정기적으로 만드는가 하면, 농장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파종도 하고 직접 수확을 할 수 있는 체험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육인농장의 홈페이지(www. paprica.kr)는 소비자에게 가까이 가기 위한 농장의 고민이 그대로 녹아져 있다. 파종부터 수확까지의 전 과정과 파프리카 농사 짓는 방법, 하다 못해 농장에서 김장하는 모습까지. 홈페이지를 찾는 사람이면 육인농장을 생생하게 알 수 있도록 사진과 글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파프리카 요리 공모, 구매 후기 이벤트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소비자들의 궁금증과 질문에 하나하나 꼼꼼히 답변하여 살아있는 홈페이지가 되게 하고 있다.

▲ 육인농장에서는 매년 7월말에 파프리카 모종을 파종해 이듬해 8월에 수확을 마친다. 사진은 파프리카 수확을 마치고 발생된 잔해물을 치우고 있는 모습.
뿐만 아니다. 농장이 소재하고 있는 충남 예산지역의 광우병 쇠고기를 반대하는 20여차례의 촛불집회에는 항상 육인농장의 파프리카를 기념품으로 나누어주었다. 지역민들과 함께 상생하고자 하는 육인농장의 특별한 이벤트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전체 생산량 중 직거래를 통한 판매량이 2007년에는 15분의 1, 2008년에는 7분의 1로 크게 증가하게 되었고, 새해에는 3분의 1을 직거래 판매를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전 직원이 주인=육인농장 이사진들은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바로 지금의 농장이 있게 된 주역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이유로 농장 아주머님들에 대한 대우 개선은 농장 경영에서 1순위로 삼고 있는 중요 사안이라고 말했다. 농장 아주머님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주고 오래오래 일하면서 파프리카를 잘 이해하는 것만큼 큰 재산이 없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절대 고용하지 않는다. 사재를 털고 빚을 내서라도 13년 동안 한 번도 임금을 밀린 적이 없다. 초창기는 농장이 너무 어려워서 충분하게 보상하지 못했지만 점점 자리를 잡아가면서 정기적인 휴일도 만들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비지원도 하게 되었으며, 상여금도 생겼다. 임금 현실화를 목표로 매년 조금이라도 임금인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전진하는 육인농장=최고의 농산물을 만들겠다는 육인농장의 포부는 이에 대한 투자와 노력으로 실천되고 있다. 육인농장에만 머무르면 우물 안의 개구리이지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1년에 한 번씩 모든 일꾼들이 2박3일의 일정으로 전국의 파프리카 재배 농장을 돌아다니며 선진지 견학을 진행하고, 1∼2년에 한 번씩은 네덜란드 등지의 해외 선진지 견학도 실시하고 있다.

2000년부터는 한달에 한번, 파프리카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의뢰하여 농작물 상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기술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파프리카 농사를 지은 지 12년이 지났음에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투자하고 점검하는 것이 최고의 파프리카, 안정적인 생산량을 얻는 절대 비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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