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 입력 2008.12.31 09:54
  • 기자명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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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송 경 동 

살며 가장 배우기 힘든 건
영어도 수학도 아니었지
그것은 남몰래 감추어 둔
나를 배우는 일이었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고 사랑하는 일

그런 나를 배우고 나서도
세상엔 배워야 할 것이 많았어
무엇보다 어려운 일은
내 바깥에 선, 너를 배우는 일
차이를 존중하는 사랑을 배우는 일

다음으론 나와 너를 넘어
우리를 배우는 일이었네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좀 더 큰 나를 만나는 일이었지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배우고도
이 세상에선 꼭 배워야 할 것들이 남아 있었으니
한 포기의 풀과 흙, 별과 바람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참다운 노동이었네

그런데 벗이여
이 모두를 배우고도 얻어야 할 게 남았으니
그게 동지였고
그것은 투쟁이었네

나와 너와 우리가 온전히
뜨겁게 만나는 일을 막아선
저 불의에 저항하는 일, 차별에 맞서는 일
착취와 폭력과 야만과 무지를 넘어
평화롭고 평등하며 지혜롭고 정의로운 대지를 꿈꾸는 일
그 곡진한 쟁기질

그런 투쟁과 해방의 길속에서
오늘 다시 새날을 여는 이들이여
가시밭길 또한 우리의 영예이니
저 겨울농토처럼 다시 헐벗더라도
굳건하여라. 푸르른
역사의 새 봄은 다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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