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 윤요근(농민연합 상임대표)
  • 승인 2008.12.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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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요근 농민연합 상임대표
농업·농촌이 갖고 있는 어려운 현실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며 1년도 채 되기도 전에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들은 그 동안의 아픔과 시름을 배가시키는 것이었다. 조국의 근대화와 산업화라는 미명 아래 항상 소외된 자의 서글픔을 가슴에 새기면서도 내 어린 시절 품었던 꿈을 펼치기 위해 푸르른 산하와 넓은 들판에서 땀 흘리며 보내야 했던 우리가 이제는 뿌연 연기와 매서운 강바람을 맞으면서 아스팔트 위에서 보내 시간들이 어쩌면 더 정답게 느껴지는 아이러니는 무엇일까?

아스팔트 농사를 짓는 이유

돌이켜보면 올 한해 가장 소리 높여 외쳤던 것이 한미FTA 국회비준 반대요,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식량주권수호, 농민생존권 보장이었다. 땀 흘려 일할 농업인들이 왜 아스팔트 위에 나섰는가를 정부는 과연 제대로 생각이나 할지 모를 일이다. 한국농업의 견인차요, 이 땅 농민들의 버팀목인 농촌진흥청을 민영화시키겠다는 계획, 농지전용이나 소유에 관한 규정을 약화시켜 농지를 투기대상으로 풀어놓은 것,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농특세를 폐지하는 문제 등 농민에게는 그 하나 하나가 가슴이 미어질 일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칭얼거리며 보채는 아이는 내버려두면 지쳐 포기한다고 생각했는지 소통을 거부하고 누가 들어도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으로 자기합리화만 시키고 있다.

한미FTA를 체결하면 경제가 다시 일어서고 직장 없는 젊은이들의 새 일거리가 생기니 나라발전을 위해 또 참으라고 할 것인가? 한미FTA 체결로 우리 농업·농촌이 맞닥뜨릴 재앙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개방화라는 이름 아래 이미 우리의 농업·농촌은 회생불능의 벼랑 끝에 내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료값, 비료값, 시설자재비 인상 등 농가경영비 상승은 농사를 져도 손해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풍년에는 남아돈다고 농산물 값이 떨어지고, 흉년에는 값싼 수입농산물 때문에 제값 못 받고, 결국 농사를 져도 손해만 보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경제 수치로 ‘경쟁력 없는 산업’ 운운하며 농업·농촌을 경시하고 포기해 온 지난날의 과오의 결과임을 인식하여야 할 때이다.

이런 마당에 그동안 얼마나 쏟아 부었는데 아직까지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는가 라며 질책할 것인가? 근본은 건드려 보지도 못하고 한시적인 지원 정책만 만들어 담보 능력이 없는 농민들은 어찌 해볼 도리도 없고 담보 능력이 있는 농민들은 빚을 얻어 모면하는 단기적이고 땜방식의 정책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농민들이 빚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는데 아직까지 답습하고 있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부자들을 위한 정책에는 온갖 정성을 기울이면서 정작 국민을 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을 위한 정책에는 아무 생각도 없고, 사다 먹으면 되지 무슨 걱정이냐는 식의 생각을 하는 이들을 우리의 대변자라고 우리의 손으로 뽑아 놓았으니 목 놓아 울음 밖에 나오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농업은 단순한 경제논리로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식량위기의 문제가 바로 우리 턱밑에 아니 우리 목줄을 죄고 있는 현실에서 개방화의 논리는 근거를 잃어가고 있다.

공산품 없이는 살아도 먹을거리 없이는 세상을 살 수 없는 아주 간단하면서 심오한 진리가 농업에 있으며 그러기에 농업을 살려야 하고 농민을 살려내야 한다. 이제 농업 현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채 임시방편의 단기적 대책들은 농업을 회생시킬 수 없음을 알아야 할 때이다. 농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은 가장 먼저 농업·농민이 곧 ‘나’다 라는 인식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며, 농민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할 것이다.

천년 보고 만년 웃는 농업은

다시 한번 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 정부와 국회, 학계가 농업·농촌 현장에 귀를 기울여 주길 간곡히 바란다. 농업은 단순히 가격만으로 경쟁력을 파악하여 포기해야 되는니 마느니 논쟁은 무의미하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해서는 안되는 산업이며 ‘민족의 산업’, ‘생명의 산업’이라는 가치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또한 신자유주의 철학을 무분별하게 농업부문에 적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선진국을 포함하여 농정을 온전히 시장 기능에만 의존하는 국가는 없으며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언제 한번 아무런 근심 없이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며 웃으면서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천년 보는 농업, 만년 웃는 농촌’이 현실화되는 그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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