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정부엔 강 건너 불인가

  • 입력 2008.12.22 09:24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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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 사설]
농림수산식품부는 18일자로 전국의 농업진흥지역 농지 88만ha 중 농업용수원 확보 및 수질보호와 관련이 적은 농업보호구역 농지 6만6천ha가 해제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해제된 지역은 농업보호구역 중 ▷저수지 계획홍수위선(저수지로 유입되는 유입천과 최상류 유지가 만나는 점)으로부터 상류로 반경 500m이상 되는 미경지정리지역 ▷농업진흥구역과 연접되어 있으나 용수원확보 및 수질보전과 관련 없는 미경지정리지역 ▷농업진흥구역과 관련이 없는 단독지대로서 미경지정리지역이 대상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이 정부는 지구촌에 닥치고 있는 식량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국민의 생명줄인 농지를 축소하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 당초 70% 이상을 농지로 사용한다던 새만금간척지를 30%로 축소시킨다고 한데 이어 이번에 다시 우량농지인 농업진흥지역까지도 대규모로 해제해 버렸다.

주지하다시피 인도, 중국 등 전세계 인구는 계속적으로 증가하여 곡물 수요가 늘고 있는 반면, 공급측면에서는 농지의 면적이 감소하는데다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면서 식량위기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 들어 다소 주춤해지긴 했지만, 지난 2년 사이 밀, 옥수수값이 2배 가까이 올라 면류 등의 가격이 폭등한 경험을 한 것이 엊그제이며, 옥수수·대두 등을 원료로 하는 사료가격이 크게 올라 양축농가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물론 사료값 인상에는 환율폭등의 영향도 있지만.

전세계는 이같은 식량위기시대를 맞아 저마다 자국민 보호를 내세워 곡물 수출을 잇따라 제한하는 등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는 국제곡물시장에서 돈만 있으면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명백한 증거다.

그런데 역대 정권의 계속된 농업경시정책으로 해마다 1만5천ha 내외의 농지가 줄어, 그래서 식량자급률이 27%에 불과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문전옥답까지 없애려 하는 현 정부는 누구 편인지 알 수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이후 논면적이 크게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벼 재배면적은 93만5천7백66㏊로 작년 95만2백50㏊보다 1만4천8백44㏊(1.5%)가 줄었고, 사상최대였던 1987년 1백26만2천㏊와 비교하면 무려 25.8%가 감소했다. 쌀 재배면적은 1987년을 정점으로 서서히 감소하다가 1996년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2001년(108만3천1백25㏊)부터 7년간 계속 줄고 있다. 우리 주곡인 쌀 자급에도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농업생산의 기반이 되는 농지에 대한 규제완화는 세계적 식량위기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특히 다른 용도로 전환된 농지는 다시 농지로 이용할 수 없게 되며, 한번 오염된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요된다.

정부는 세계적으로 닥치고 있는 식량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안된다. 우량농지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경작지를 최대한 확보해야만 한다. 식량의 생산은 토지에 비례하며, 따라서 식량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현재 남아있는 경작지만이라도 남겨 두어 농업생산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정부의 농지정책은 국민에게 안정적인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적정농지의 유지에 맞추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 정부는 농업진흥지역 해제라는 반농업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27%에 불과한 식량자급률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농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여 실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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