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수술 제대로 하라

  • 입력 2008.12.15 08:27
  • 기자명 김병태 건국대 명예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병태 건국대 명예교수
현 정부 들어 처음 농협중앙회가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 4일 가락시장에서의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에 놀란 농협중앙회가 5일 긴급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가 농민단체들의 반발로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농림수산식품부)도 8일 중앙회장의 권한축소를 골자로 하는 농협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역시 미봉적인 단기처방에 그칠 뿐 농협중앙회의 비리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치유방안이 될 수가 없다.

농협개혁 용두사미 우려

사업을 하는 ‘중앙회’로 존재하는 한, 중앙회장 권한 축소만으로 이미 일부 하부직원에게까지 번져 있는 농협의 부조리와 비리를 근절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농민을 위한다면서 농협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농협 기득권층의 반발과 막강한 조직을 이용한 정치권에 대한 로비 등으로 시늉에 그치거나, 오히려 ‘개악’되고 말았다. 현 정부 들어 추진코자 하는 농협개혁도 이러한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농식품부가 9일, 민간과 정부를 포함하여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오는 연말까지 중앙회장 인사권 제한 등 지배구조 문제를 포함한 농협의 전반적 개혁방안을 도출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혁방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과거 정부의 예에서 보듯, 협동조합을 제대로 모르고 있거나 개혁을 반대하는 기득권층의 사람들로 구성된 개혁위원들로 오늘의 농협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농협개혁방안이 도출될 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지난 국민의정부도 농협개혁을 ‘국정 100대 과제’로 비중 있게 선정하고, 1998년 ‘협동조합개혁위’를 구성해 조직 수술에 나섰으나, 결국 실패했다. 개혁위 구성에 정부, 중앙회 등을 포함시킴으로써 깊이 있는 검토보다는 조직이기주의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이번 위원회 구성도 농협 개혁에 전향적인 입장과 수성하는 입장이 나뉘어 있어 의견만 대립되고 농협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이번 개혁위 조직구성에 있어 전체 11명중 수성하는 입장에 있는 이른바 ‘농협맨’이 4명이나 포함돼 있어 수성자의 저항에 휘둘릴 우려를 배제할 수가 없다. 벌써 정부가 신용사업-경제사업의 분리를 앞당기는 등 농협의 근본적인 체제 변화에 대한 부분까지는 이번 논의에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밝힌 것이 그 좋은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도 밝혔듯, 지금처럼 농협개혁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은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

문제는 농협개혁의 내용이며, 그 핵심은 바로 중앙회로부터의 신용·경제사업 분리이다. 중앙회로부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여, 중앙회는 지도사업연합회 구실을 하는 별도법인으로 나앉아야 하는 일이다. 별도법인으로 나앉은 중앙회는 회원조합의 회비로 운영하고, 연합조직체로서, 대정부 농정활동과 조사연구, 회원조합 지도·교육·감독 기능을 담당하는 중앙회 본연의 기능을 수행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분리된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은 각각의 전국연합회가 맡는다. 즉 중앙회에서 분리된 경제사업은 지역협동조합 전국연합회, 품목별, 업종별협동조합전국연합회가 담당하고, 중앙회에서 분리된 신용사업은 신용협동조합전국연합회 격인 협동조합중앙금고가 담당케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와 같은 농협중앙회의 비리는 꿈도 꿀 수 없도록 경영이 투명해 질 것이다.

지금 일각에서는 현 농협이 꾀하고 있는 신용사업의 금융지주회사화를 은근히 지지하면서. 신용사업의 개혁을 반개혁적 방향으로 유도하려 하는 움직임이 있다. 그들은 돈놀이에 치중하고 있는 신용사업을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하여 감독기관의 감독을 받는 금융지주회사로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용부문을 독립, 분리시켜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금융지주회사로 만든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주장이다. 금융지주회사의 조직은 협동조합 금융과 배치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을 자본으로 지배하는 조직이다.

금융지주회사 절대 안될 말

그리하여 협동조합 운동을 말살하는 반협동조합적 조직이기 때문이다. 일반금융은 금융지주회사로 통합되는 것이 하나의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농민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의 신용사업은 영리추구 기관인 금융지주회사로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농협의 주인은 농민조합원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협동조합의 원칙에 입각하여 농협이 올바르게 개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농협중앙회로부터의 신·경 분리를 즉각 시행하고, 운영 주체가 농민조합원 임을 분명히 명시토록 해야 할 것이다. 농협이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게 자율권 보장 차원에서 법 개정 및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번 농협개혁에 신경분리 논의를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하는 정부의 방침은 즉각 거두어들여야 한다. 이번 기회를 정부에 대한 농민의 신뢰를 되찾는 기회로 삼을 것을 제의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