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토종 씨앗

  • 입력 2008.12.08 13:28
  • 기자명 이지현 서울환경운동연합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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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현서울환경운동연합 처장

‘언제쯤 수확할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9월 중순 진주에서 주말에 수확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유전자조작농산물 반대 운동을 이어가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에 대해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먹을거리의 대안을 시민들의 힘을 모아 만들어보자는 고민으로 토종 씨앗 살리기 운동을 시작한지 3개월 정도가 지난 즈음이었던 거 같습니다.

소식을 들은 지 이틀 뒤, 환경연합 마당에 옥수수가 쌓였습니다. 처음 옥수수 상자를 열고는 ‘참 작다’는 생각을 했고, 그 중 하나의 껍질을 까보고 나서는 진한 보라색의 자그마한 옥수수가 ‘참으로 예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토종 옥수수 살리기에 참여하신 분들께 직접 전달도 해 드리고, 미리 신청하지 못하신 분들께 이야기도 전하고, 환경연합 1층 에코생협 매장에서는 “진짜 토종 옥수수, 정말 맛있어요”라며 직접 판매도 하였습니다.

생각보다 토종 옥수수의 힘은 놀라웠습니다. 동네에 사시는 연세 지긋한 분들은 “어∼ 이거 귀한 옥수수네. 이거 쪄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하시며 반갑게 구입해 매장에서는 순식간에 몇 백 개의 옥수수가 팔렸고, 우리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 원장 선생님은 옥수수 살 기회를 주어 고맙다며 장문의 편지를 보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또 지금의 토종 옥수수를 심을 수 있기까지 힘이 되어 주신 참가자분들은 토종 옥수수 이야기를 전해오시기도 하셨습니다.

“아이들이랑 식량 위기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는데, 한 녀석이 신문에서 토종옥수수 기사를 찾아 왔더군요. 그래서 그날 저녁에 바로 옥수수 신청했어요.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입으로만 떠드는 제가 늘 부끄럽습니다.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또 연락 주세요.”
 - 창원에서 이은경 씨

“토종씨앗에 대한 소중함을 저도 조금은 인식하고 있답니다. 우리나라 육묘 사업이나 종자 사업을 외국에 빼앗기지 않아야 하는데 모든 식물마저 온통 외국 것에 밀려나고 먹을거리의 종자마저 뺏겨버리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안타깝지요.”
 - 희망찬 유치원 하지연 원장님

“토종 옥수수 잘 받았습니다. 올망졸망 작은 옥수수들이 넉넉히 들어있더군요. 옥수수를 너무 오래 삶았는지 찐덕찐덕 옥수수를 만질 수조차 없었습니다. 이야 녹말이 많아서 그런가 그냥 생각해봤습니다. 소금만 조금 넣어서 삶았는데도 옥수수의 맛이 좋더군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 전은정 씨

“아이들이 참 좋아 하네요. 부인이 조그만 옥수수를 맛있게 쪄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간식보다 더욱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재근 씨

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 유전자조작 옥수수 대량 수입, 멜라민 파동…. 올 한해 우리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생산된 먹을거리를 믿을 수 있는 유통과정을 거쳐 우리 밥상에 오르게 한다”는 당연한 권리가 참 어려운 이야기처럼 되어버린 지금입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면 먹을거리까지 다 내주어 이제는 쌀을 제외하면 식량 자급률이 5%에도 못 미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토종 종자는 이미 사라져가고 있으며, 그나마도 다국적 곡물 회사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아보고자 시작한 ‘토종 종자로 먹을거리 주권 지키기’ 농사지으시는 분도, 믿고 운동을 후원하기 위해 참여해 주신 분도, 그리고 이 운동을 준비한 우리도 토종 옥수수 덕에 행복한 가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어려워져만 가는 농촌과 신뢰할 수 있는 먹을거리 현실을 희망으로 일구어 내기 위해 힘내라∼ 토종 종자! 그리고 힘냅시다∼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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