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사회보장제도 개혁 시급

  • 입력 2007.08.26 19:59
  • 기자명 김용하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한미 FTA 협정 이후 농업, 농민, 농촌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농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였던 보험료 감면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과연 이러한 정책들이 얼마나 농민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최근 한미 FTA 협정 과정에서 미국 농민은 비교적 조용한 반면에 우리나라 농민의 반발이 큰 것은 농업부분에 있어서 미국의 생산성이 큰 것도 이유이겠지만, 제도 환경의 변화에 따른 우리 농민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가 다른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한 국가의 사회보장제도는 부담인 동시에 사회적 갈등의 해결사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국가의 사회복지 수준이 높다면 부담주체의 경쟁력은 약화시키지만 경제여건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수혜계층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사회보장 수준이 높은 국가의 경우에는 낮은 국가에 비하여 경제적으로 상대적인 약자의 반대가 작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농민이 아닌 근로자를 위한 제도로 출발하고 발전하여 왔다. 근로자 중에서도 보험료 부담능력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 대기업 근로자에게는 두터운 보장이 이루어졌으나 보험료 부담능력이 취약한 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제대로 된 사회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이렇게 시작된 사회보장제도는 농촌지역 농민은 항상 후순위였다. 예들 들면 건강보험제도는 1977년에 도입되었지만 농촌지역 주민에게 적용된 것은 1989년부터이고 국민연금제도는 1988년에 도입되었지만 1999년에 가서야 농촌지역에 확대되었다.

 건강보험제도가 확대되었다 하지만 농촌지역에는 양질의 병원이 부족하다. 그리고 다른 사회적 위험은 흉내라도 내고 있지만 재해와 관련된 보장제도는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농협에서 농업인재해공제 상품을 판매하고 정부의 보험료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호응도는 높지 않다. 이는 재해공제제도가 임의보험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보험료 부담을 꺼려한 농민들의 가입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런저런 사회보장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농민의 삶은 불안하다. 노령, 질병, 재해 등 각종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농민을 위한 지원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고 선별적이어서 농민의 사회안전망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각지대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현재의 사회보장제도가 농민의 몸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정규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각종의 사회보장제도를 그대로 농민에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제도는 있으나 제구실을 못하는 제도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농민의 경우 근로자와 사회적 위험과 보험료 부담능력이 상이하다. 그렇다면 높은 보장 높은 부담의 제도보다는 낮게 부담하고 적절한 보장이 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이미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다. 그래서 이미 보험료 부담능력이 없는 노인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분들에게 보험료 부담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제도의 적용이 필요하다.

예들 들면 재해보상제도를 도입한다고 높은 부담이 되는 보험료를 부과한다면 농민들은 재해보상제도의 도입을 즐거워 하기 보다는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3년 전에 실시된 어업인재해보상제도에 대하여 어업인이 불신이 높은 이유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농민에게는 각종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안전망이 필요하지만 제도에 따른 비용부담의 과중여부를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

더 이상 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사회보험제도를 농민이나, 도시영세자영자, 비정규직에 억지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있는 이 시점에 사회보장 제도조차도 상대로 가진 자 위주로 운영된다면 그 사회보장제도의 존재이유는 부정될 수 있다.

이제는 농민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적합성을 재검토하고 이를 개혁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농민에게 적용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는 도시의 중견기업 이상 근로자 중심의 사회보장제도 주변부에 위치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보장의 사각지대는 농민 뿐만 아니라 도시 영세자영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에 광범하다는 점에서 농민을 위한 지원이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면 농민 사회보장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은 요원할 것이다.

현재의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의 문제점은 정규직 근로자 중심으로 편성된 사회보장제도에 있으므로 그 문제의 해결방안도 농민만을 위한 제도의 신설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를 온 국민을 위한 온 국민을 하나로 묶는 사회보장제도로 개편함으로써, 농민 사회보장제도의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