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미국쇠고기 판매 ‘유감’

  • 입력 2008.11.29 21:54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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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 사설]
국내 대형마트 3사가 지난달 27일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했다. 이에 앞서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달 25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자율 협의를 통해 이날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3사는 경기 위축으로 서민 소비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구매편의와 물가안정 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매 재개는 수입반대 촛불시위 속에 지난해 10월 등뼈가 발견돼 검역 중단됨과 동시에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단된 이후 1년1개월 만이며, 특히 LA 갈비는 지난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 소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된 지 5년만이다.

미국 쇠고기를 판매키로 발표한 이날은 서울 여의도에서 3만여명의 농민들이 참가하여 한미FTA 반대와 농민생존권 쟁취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날이었다. 이날 농민들은 환율상승 등의 영향으로 사료값 등 생산비는 폭등하는데도 농축산물값은 크게 떨어져 생존권마져 위협받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실제 쇠고기 수입재개 발표 이후 한우값의 경우는 그동안 폭락했다가 이제 겨우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데 이번 미국 쇠고기 판매결정으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며, 젖소 송아지값은 개값도 못한 2만원대까지 떨어졌다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래서 한우농가들 중 일부는 경영압박과 정부의 정책을 비관하며 자살이라는 극한 선택까지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런데도 이들 대형 유통3사는 생존권조차 위협받는 이들 농민들의 어려움은 나몰라라하면서, 자사의 이익추구만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나서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성이 증명돼 있지 않은 상태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듯이 30개월 미만의 뇌, 척수, 등배신경절, 안구, 등뼈 등 인간 광우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인 ‘변종 프리온’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아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광우병 위험물질로 지정된 부위들이 한국에서는 모두 수입이 허용됐다.

또한 혀, 곱창, 막창 등의 수입을 허용함으로써 광우병 위험물질이 섞여 들어올 수도 있으며, 최근 캐나다에서의 광우병 발병사례는 광우병의 원인이 되었던 동물사료 금지 조치 이후에 발생했다. 그런데 대형마트들이 이제 와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에 나섰다. 그 사이에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입증된 것인가. 만에 하나 인간 광우병이 발병했을 때는 어떻게 법적 책임을 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이들 대형마트들은 자신들 이름이 아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명의로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를 알렸다. 아직도 불신이 남아 있는 미국 쇠고기 판매를 동시에 결정한 것은 이들 경쟁업체인 3사가 먼저 나서기가 겁이 나서 ‘담합’을 한 것에 다름이 아니다. 그도 아니면 어떤 압력에 의해 판매를 결정한 것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안전먹거리를 공급해야 할 책임을 지는 대형마트들은 국민건강을 고려하고, 특히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축산농가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한미쇠고기 협상 당시부터 줄곧 수입에 반대해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불매운동 등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제2의 촛불’이 다시 켜질 수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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