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본분 망각한 ‘배추, 무 할인판매’

  • 입력 2008.11.24 18:30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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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 사설]

농협중앙회가 올해 생산물량 급증으로 산지에서 폐기까지 한 배추와 무에 대한 할인판매에 나선다고 한다. 농협은 20일, 김장시즌을 맞아 오는 30일까지 열흘간 전국 13개 농협유통센터에서 전국 우수 산지에서 직송한 배추 1백만포기(약 3천5백톤)와 무 17만단(1천5백톤)을 시세보다 50% 할인 판매한다고 최근 밝혔다.

농협은 이번 행사에 대해 김장채소 판매확대를 통해 생산농업인을 지원하는 한편, 농협판매장 이용고객에 대한 수익환원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할인판매에 따른 손실은 농협이 전액 부담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정부가 돈을 들여 산지에서 폐기까지 하면서 가격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배추·무를 생산농민를 위한다는 조직이 오히려 값을 내리는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장 배추·무값은 지난해 가격이 좋아 재배면적이 늘어난데다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크게 늘었지만 경기침체로 소비는 줄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가락시장에서의 지난 20일 경락가격은 배추의 경우 10㎏ 그물망 한개 기준 4천3백98원대로 지난해 11월 평균가격의 42.5%선이고, 무도 18㎏ 마대기준 지난해 11월의 26.3% 수준인 1만1천33원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올해 비료값 인상 등으로 크게 오른 생산비에도 못미치자 재배농민들이 출하를 포기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생산농민을 위한다는 농협이 고품질의 배추, 무를 시중보다 저렴하게 그것도 50%나 싸게 팔겠다고 한다. 때마침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대형마트 등 대향할인점들도 20∼26일까지 김장 채소 등을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이 이들 대형할인점과 김장채소 가격 내리기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확보 차원에서 다른 상품을 팔기 위해 미끼 상품으로 배추·무를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농협이라면 고품질의 배추, 무를 확보하여 제값을 받고 팔아 이들 대형할인점을 견제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말이다.

지금 농협이 해야 할 일은 재배농가의 수취값을 올리는데 일조를 해야 하는 것이고, 특히 중앙회는 올들어 크게 오른 비료가격 등 생산비를 낮추는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 대정부 농정활동을 전개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농협의 존재 이유다.

협동조합에 정통한 농협전문가들은 따라서 농협이 개혁돼야 하고, 그 핵심은 농협중앙회로부터의 신용·경제사업 분리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현행 농협중앙회는 비사업적 기능을 담당토록 하고, 사업기능은 분리된 신용사업연합회와 경제사업연합회에서 추진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중앙회는 정부에 대한 농정활동과 조사연구, 회원조합에 대한 지도·교육·감독 기능에 전념하게 돼 이같은 배추·무 저가할인 판매는 꿈도 못 꾸게 된다.

그런데 농협중앙회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경제사업의 적자 우려라는 이유를 들어 극렬 반대하고 나선다. 이번 배추·무 할인판매의 손실도 농협이 부담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없다.  그렇다면 농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배추, 무 저가 판매’ 등의 이같은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올바른 농협개혁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해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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