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배 폐기처분 ‘유감’

  • 입력 2008.11.23 16:37
  • 기자명 이상만 나주시농민회 왕곡면지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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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만
답답하다. 풍년농사를 짓고도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현실 때문이다. 비료값, 농약값, 유류대 등 농자재 가격은 그 어느 해 보다도 폭등하고, 배 가격은 유래 없는 폭락으로 농가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

하지만 배 농가가 더 답답하게 느끼는 것은 정부나 농협의 정책이 농가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과잉생산과 가격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수농가에 대한 정부의 배 수매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지역 과수농가가 최저생산비 등을 요구하며 배 수급안정대책위를 조직해 2차례 결의대회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적정한 수매가를 보장받지 못한 채 당초 수매가인 8천원(18kg 기준)에 ‘울며 겨자 먹기’로 수매정책을 수용하게 됐다.

미약하나마 이로 인해 배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음에도 여전히 가격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데 상실감이 크다. 시장에 팔 수 없는 배를 정부가 수매해 주어 농가에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실제적인 도움은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정상적인 배 가격을 시장에서 받는 것이다.

시장에 팔 수 없는 자연 폐기될 배를 수매할 것이 아니라, 정상과를 최저생산가격으로 수매해 시장과 격리시켜 수급안정을 이루자는 것이 대다수 농민들의 요구였고, 이에 동의해 주었다.

이러한 요구가 무시된 채 공급과잉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스스로 자동 폐기처분 될 배를 수매해 산지폐기 했으니 당연해 배 가격이 인상될 리가 없지 않는가.

농협도 과잉 생산된 배가격의 심각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최근 농협이 배를 시장가격보다 30%가량 낮게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소비촉진 차원에서 하는 일시적인 홍보 행사가 아니라는 데 있다.

지속적인 판촉행사로 시장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을 견인해야 할 농협이 가격을 할인하여 판촉활동만 한다면, 농협이 갖는 역할을 망각하는 것이며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수급안정을 통한 배가격의 정상화. 하지만 이에 역행하는 정책들이 시급히 풀어야 하는 배농가의 시름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생산비가 보장된 배 가격을 유도하려는 것보다는 ‘할 일은 했다’는 생색내기만 하고 모든 것을 농가에게 떠넘기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유난히 생산비가 많이 들고 한해 과수를 관리하지 않으면 못 쓰게 되는 과수의 특성을 반영한다면 아무리 생산비가 많이 들어도 과수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배농가다.

농가들이 요구하는 정책은 과잉공급요인을 미연에 방지하고 마지못해 과잉 공급된 배는 수매폐기 처분해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에 당장은 지자체, 농협, 중앙정부차원에서 시장에 공급되는 정상과를 농안기금을 활용하여 최저생산비로 수매폐기처분하자는 것이 농민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올해 과잉된 생산량인 6만톤을 시장과 격리시키면 최소한의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과잉 생산된 배가 올해만이 아니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배의 과잉 식재가 과잉공급의 주된 원인이라는 데서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데 공통된 견해이다. 배가 국제경쟁력이 있다고 정부가 권장해 대체작목으로 많이 식재됐으며 수확량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배나무를 폐원시키지 않는다면 해년마다 반복되는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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