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쟁취 투쟁하는 농심 헤아려라

  • 입력 2008.11.17 16:43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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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 사설]

정부가 농민들의 생일이라며, 지정한 ‘농업인의 날’ 하루 전인 지난 10일, 전국의 농민들은 도청과 시·군청 앞에서 쌀 적재투쟁을 벌였다. 농민들은 이날 하루 전국 50여개 시군에서 모두 10만여 가마의 쌀을 쌓아놓고,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의 쌀 적재투쟁은 지난달말 전국적으로 2만5천여 가마를 야적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농민들이 이처럼 쌀 출하를 거부하고 야적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료값, 기름값을 비롯해 각종 농자재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상승했지만 정부의 공공비축 매입가격과 농협미곡종합처리장의 수매가격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들어 배추·무값이 폭락했고, 사과, 배 등 과일값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뿐만 아니다. 올 가을에 터진 쌀 직불금 불법수령문제는 분노한 농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난 10일 국회의 국정조사가 시작됐지만, 정부의 비협조와 여야의 정쟁으로 흐지부지돼 끝나고 말 것이라는 농민들의 여론이 무성하다.

또한 농업계의 핵폭탄이라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은 정부와 여당이 올해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혈안이 돼 있다. 올들어 특히 농산물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FTA를 비준한다는 것은 농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들이 가만히 있으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쌀 적재투쟁을 하는 농민들의 요구사항은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쌀값 보장 ▷농산물 생산비 보장 ▷한미 FTA 국회비준 반대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 처벌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등이다. 해마다 수확철이 되면 농민들이 이러한 요구사항을 내걸고, 쌀을 적재하고 천막농성을 벌이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메아리는 없었다.

때마침 한승수 총리가 지난 11일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여 새정부의 농정을 올해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품목별 조직 육성을 통한 생산자의 조직화와 생산 시설의 규모화, 식품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 사이버직거래 등을 통한 유통구조 개선 등을 새로운 농정의 구체적 내용으로 제시했다. 일부 긍정적인 내용도 있지만, 농민들의 요구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농민들의 분노한 농심을 헤아려 당장 농협의 쌀 매입가를 올리고 직불금 지원도 늘려야 한다. 또 농산물값을 물가안정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고,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 적정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와 중국산 식품의 멜라닌 파동에서 보듯, 국민들은 안전한 우리 먹을거리에 대해서는 적정한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농업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한미FTA는 우리의 식량주권을 확보하고 농가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한 후에 논의해도 된다. 그 대책은 당연히 농민들과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쌀 직불금 문제는 우선 불법수령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처벌해야 함은 물론 불법 수령 직불금을 전액 환수해 실제 경작자인 농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특히 경자유전의 원칙과 배치되는 농지규제 완화 정책을 폐기하고, 투기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쌀 직불금 문제의 근본 해결방안이다.

이제 국내 40여개 농민단체들이 뭉쳐 오는 25일 서울에서 대규모 농민대회를 열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 대회 요구사항도 ‘한미FTA반대, 농축수산인 생존권 쟁취, 식량주권 실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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