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언론보도 태도 ‘유감’

  • 입력 2008.10.27 11:17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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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 사설]

쌀 직불금 부정수령 문제가 조치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고, 정부는 직불금을 수령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부정수령 여부를 밝히기 위한 전수조사를 추진 중에 있다.

쌀 직불금 부정수령에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공무원, 전문직 종사자들이 상당히 연루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사회적 파장이 컸던 만큼 그 조치에 대해서도 언론에서 관심이 높다. 그동안 언론에서 농업·농민 문제를 다루는 빈도가 적어 서운했던 농민들로서는 언론이 고맙기 그지없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쌀 직불금과 관련된 그간의 언론보도 양상 때문에 아쉬움도 크다.

언론의 역할은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역할,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 등이 있다. 이러한 언론의 역할에 근거하여 쌀 직불금 부정수령 문제에 대한 언론보도 양상을 들여다보면 중앙일간지나 공중파 방송에서 정보전달과 비판에 대한 역할은 어느 정도는 실현했다고 본다.

그러나 사회적 여론 형성과 사회적 약자 대변 역할에 있어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농민들이 입장이다. 쌀 직불금 부정수령 실태와 원인, 그리고 농민들의 불만에 대해서 내용을 담기 위한 노력의 흔적은 보이지만, 정작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데? 라는 것에 대해 심층 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고 정부와 정치권의 동향과 조치만 표면적으로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쌀 직불금 부정수령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는 농지제도와 조세제한특례법의 허점을 이용한 농지투기에 있다는 사실은 미약하나마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책이 어떠해야 하는지 의견을 수렴하는 등 우리 사회가 이를 공론화해볼 수 있는 내용은 상당히 미약하다.

또한 국민들과 농민들은 국정조사가 정치공방의 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고 공무원 전수조사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언론에서는 이에 대해서 딱히 여론을 반영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중앙언론은 그렇다 쳐도 농민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한국농업의 현실을 반영해야할 농업전문지는 더욱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일부 농업전문지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중앙일간지보다도 못한 보도를 하고 있다. 생산비 폭등과 농축산물 가격 폭락에 시름하고 있는 와중에 직불금마저 빼앗기고 있는 농민들의 처지는 간데 없고 쌀 직불금 부정수령에 대한 현상만 보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동안 농민들은 농촌을 지키면서 국민들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고 일한 만큼 소득을 얻기 바라왔을 뿐이다.  그러나 현재 농민들은 무분별한 농축산물 수입, 생산비 폭등, 국내 농축산물 가격 하락, 농가부채 증가 등 삼중사중의 복합적인 문제로 궁지에 몰려있는 처지이다. 오죽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농민들이 한해 평균 1천여명에 이르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농업과 농민이 궁지에서 벗어나 후손들까지 공동으로 누릴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는 데는 언론의 역할도 적지 않으리라고 본다. 국제곡물가 폭등과 세계적인 식량사정 때문에 각 나라가 자국의 농업에 더욱 관심을 집중하는 이때 언론의 역할이 사회적 여론을 모으고 현실을 극복하는 커다란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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