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 원칙과 소작농

  • 입력 2008.10.27 07:46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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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 121조 제①항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농민들은 소작농지가 40%를 웃돌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근교의 농지는 거의 소작농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농지와 농업생산물을 공공재로 보고 있는 헌법을 사문화하고, 자본주의 사유경제체제로 몰아가고 있는 현재 우리시대의 모순에 그 원인이 있겠다.

이번 직불금 파동은 그동안 수면아래 감춰져 있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혹자는 농민들이 그런 부당함을 고발하지 않았느냐고 묻고 있다. 하지만 농민의 입장에서 칼날을 쥐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본인의 농사터전을 잃을 수도 있는데 그걸 무릅쓰고 고발할 농민이 있겠는가.

약한 농민의 등골을 우려먹는 고위공직자나 공무원, 사회 여론을 이끌고 있다는 지도층인사들의 비뚤어진 인식을 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국가의 법과 제도가 어떤 취지로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지고 있느냐는데 관심을 가져야한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빠져나갈 온갖 편법들을 동원하여 부당하게 농지를 소유하고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수적 이익의 편취를 위해 결국 벼룩의 간을 내어 먹는 파렴치한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농업의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 부각되고 있는 시기이다. 이런 때 진정한 땅의 주인이 농민임을 확인하며 헌법 121조의 정신을 만들어 가야 하지 않겠는가.

평생을 소작농으로 땅을 파다가 4년전 여의도 공원에서 공권력의 이름으로 죽어간 전용철, 홍덕표 농민, 그들의 희망은 어쩌면 경자유전의 원칙이 금과옥조처럼 지켜지는 그런 사회를 위해 목소리 한번 지르려다 쓰려져 간 것인지 모른다. 땅의 원칙도 생명의 존귀함도 모두 내다버린 우리사회의 황금만능을 저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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