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에 더 가까이 가자

  • 입력 2008.10.27 07:22
  • 기자명 최재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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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회가 더욱 농민들과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경제 사업에 뛰어 들어야 한다며 여러 해 동안 격론을 벌이다 73명 농민회원들의 출자로 ‘여주군 농민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농민들이 가장 가까이 사용하는 농약, 농자재를 취급하면 농민들과 일상적으로 만나고 우리자신이 쓰는 물건임으로 특별히 판매에 부담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지난 2월부터 농민 농약사를 시작하였다.

농약사하면 3년 안에 망한다?

그동안 많은 농민회가 경제 사업으로 농약이나 농자재를 취급하다 망했다. 여주군농민회도 농약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자문을 구하기 위해 물어봤지만 한결같이 하지 말라는 쪽이 많았다. 개인도 장사를 하는데 농민회원들이 함께 하는데 안 될 리가 있느냐가 반문하면 한결같은 대답이 농민회가 하니까 망한다는 것이다.

가까운 회원들의 외상이 누적되면서 문 닫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고 한다. 하지만 농민들의 일상적인 관심이 경제 사업에 있고 망할 때 망하더라도 도전해보자는 오기가 생겼을까. 안 해보고 속 끓이는 쪽보다는 나을 것 같아 많은 이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작했다.

더디 가더라도 착실하게 가자는 심정으로 회원들의 외상을 경계했다. 그리고 현금으로 결재하면 10%의 적립금을 마련해 주는 방법으로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회원들도 어려운 조건에서 외상은 농협에서 쓰고 현금은 농민 농약사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외상을 줄였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돈이 생기면 농약사 외상을 먼저 걱정하고 와서는 결재를 해주었다. 그 결과 첫해에 본전만 하면 다행이라는 우리의 소박한 목표는 달성할 수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농약, 퇴비, 상토, 농자재 등의 보조 사업이 점차 확대되면서 회원들이 농민농약사가 취급하는 농자재를 사용해 주면서 상당부분의 판매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또한 경쟁이 만만치 않아서 매순간 고비에 고비를 넘기고 있다.

농민회 회의는 기껏해야 한 달에 한 번으로 그리 자주 만나지 못한다. 그나마 농번기에는 그조차도 어렵다. 대회나 행사를 준비해야 만나게 되는데, 농약 사러 와서 만나고 읍내 나왔다가 들러서 차 한 잔 하고 들어가는 편안한 휴게실이 되었다. 애초의 우리 목표가 이것이었기에 큰돈은 못 벌었어도 만족한다.

얼굴을 자주 보다보니 농약을 팔아도 제대로 효과를 못 봤다는 소리를 들어도 걱정이고, 영양제는 약효가 제대로 나는지 안 나는지 팔아도 걱정이다. 무엇보다도 농약사를 하다 보니 비료값 인상, 비닐값 인상을 한 해에 한 번도 아니고 벌써 두어 차례 겪고 있다.

구매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바로 반영해서 판매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안올리면 손실이 커져서 안 되는 고민의 순간이 많았다. 그리고 이렇게 비싼 농약과 농자재를 쓰고 농민들이 얼마나 수익을 올릴지 오히려 걱정이다. 농산물 값은 대부분 떨어졌다는 소식이 더 많고 가끔 좋다는 소리를 들으면 팔 것이 없다고 한다. 수확량이 없으니 그래서 값이 좋은 것이다.

농약 장사는 장기적으로 친환경으로 바뀌어가면서 점차 친환경 농약 농자재로 바뀌어 갈 것이다. 그리고 농약만 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의 농산물을 제 값 받고 팔수 있는 유통 사업에 농민들이 주인답게 나서야 한다. 사실 이윤은 유통과 가공에서 나온다. 농산물 값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장사꾼들은 자신의 최대 이익을 위해 최대한 저가로 농산물을 매입하려는 속성이 있다.

농사가 잘되면 잘될수록 과잉을 유발하여 장사꾼의 놀음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것이 농민의 처지다. 가을에 들어서면서 농약사 손님도 줄어들어서 농산물 판매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학교급식 납품업체에게 여주 고구마를 판매하고 있다. 사실 이익은 작지만 지역 농민들의 농산물 판매처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농산물은 무한경쟁시장에 맡겨지는 순간 시장 농산물 가격에 상관없이 농민들은 저가 경쟁에 시달린다. 친환경시장도 마찬가지로 유통 시장에서는 상인들이 주도권을 쥔다. 이러한 제도를 고치지 않고서는 가격보장은 불가능하다. 여주농산물을 우선 여주에서 최대한 소비하게 하는 것은 경쟁으로부터 여주 농민들을 보호하는 조치로 된다. 또한 유통비용을 줄이고 물류비용을 줄이고 지역의 경제적 발전과도 맞물리게 된다.

농민영농조합법인이 사는 길

내년에는 농민영농조합법인이 나서서 여주 농산물을 가지고 여주지역 학교급식에 참여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학교급식은 계획식단을 만들면 계약재배가 가능하다. 지역에 군민들이 지역 농산물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 농산물을 애용할 것인가.

우선 우리 지역에서부터 가능한 지역농산물을 확대해 나가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생산자도 조직되고 소비자도 조직되는 사회적 관계의 형성이 농업회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농민들의 바람인 농산물 판매에 앞장서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농자재를 공급함으로서 농자재 판매를 확대하고자 한다. 그것이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여주군 농민영농조합 법인의 농자재 판매 사업이 사는 길이다.

최재관 여주군농민영농조합법인 농약사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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