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시설채소 가격 폭등 보도 속 농촌 현장 상황은?

고공행진 중이라는 시설채소 가격, 하락세 시작된 듯

난방비 폭등·생산량 저조 겹쳐 소득 영향 크진 않아

일시적인 가격 상승에 재배면적 급증 우려도 확산

  • 입력 2023.03.19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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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최근 시설채소 가격 폭등을 다루는 뉴스가 이어졌지만 일선 현장에선 겨울철 난방비 상승과 생산량 감소 등으로 인해 농가소득엔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광주광역시 남구 구소동 비닐하우스에서 한 여성농민이 꽃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최근 시설채소 가격 폭등을 다루는 뉴스가 이어졌지만 일선 현장에선 겨울철 난방비 상승과 생산량 감소 등으로 인해 농가소득엔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광주광역시 남구 구소동 비닐하우스에서 한 여성농민이 꽃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청양고추와 오이, 애호박 등의 시설채소 가격이 ‘폭등’했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며 밥상물가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고충 등이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다. 자극적인 언론 보도가 지속되고 있지만, 일부 시설채소 품목에 국한된 이번 가격 상승은 이상저온과 일조량 부족 등 기상이변에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파악되며 최근 따뜻한 날씨가 지속됨에 따라 출하량이 늘기 시작하자 일각에선 가격 하락세가 벌써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급등·급락 반복 없이 생산비가 보전되는 가격 형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 중인 농민들 사이에선 최근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추후 재배면적 급증과 이에 따른 가격 폭락 우려가 확산되는 실정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발표한 3월 2주차 주요 품목 주간동향 자료에 따르면 10kg 상자 단위 청양고추 평균가격은 12만591원으로 1주 전인 3월 1주차 평균가격 14만5,703원에 비해 약 17% 하락했다. 전월 평균가격인 14만869원에 비해선 14% 하락한 수준이나 전년 평균 가격인 5만7,952원보다 108% 높은 가격을 유지 중인 셈이다.

청양고추와 함께 급등한 품목으로 손꼽히는 애호박 20개 한 상자의 3월 2주차 평균가격은 3만3,258원으로 전주 평균가격인 4만1,074원보다 19% 하락했다. 전주 대비 하락한 편이나 3월 2주차 애호박 가격은 전년 평균가격 2만4,392원보다도 36% 높은 상태다.

100개입 오이(백다다기) 평균가격 역시 3월 2주차에 접어들어 6만7,587원을 기록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전주 평균가격인 8만8,711원 대비 24% 하락한 수준이다. 전년 평균가격인 5만8,439원에 비해 여전히 16%가량 높은 가격대를 형성 중이나, 급증한 시설재배 난방비와 전기요금,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폭등’이라 부를 만큼 진폭이 큰 가격 상승은 아니라는 게 현장의 평가다.

최근 시설채소 가격 폭등 보도에 대해 시설 청양고추 주산지인 경상남도 진주시에서는 “아직도 언론에선 청양고추 가격을 갖고 호들갑이지만 이미 하락세가 시작됐다. 평년 대비 가격이 월등히 높게 형성된 건 부정할 수 없지만 1월 말 갑작스런 한파의 영향이 워낙 컸던 탓에 주산지 출하 물량이 급격히 줄어 발생한 일시적 현상일 뿐, 생산량이 늘어나면 적정가격을 되찾을 것이다”라며 “잠깐이지만 청양고추 한 상자 가격이 많게는 14만원까지 올라갔다 보니 농민들 돈 벌었겠단 얘기가 왕왕 나오는데, 경매가격이 그 정도로 높은 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시장에 물량이 없기 때문이고 물량이 없다는 건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농민들 손에 들어오는 수입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박갑상 진주시농민회 지도위원 역시 “30년 가까이 시설채소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이 정도로 가격이 높게 올라갔던 적은 없었다. 한파 영향을 받아 일주일 내내 작업하던 농가에서 3~4일밖에 수확을 못할 만큼 생산량이 대략 30~40% 준 것으로 파악되는 등 전체적으로 출하 물량이 크게 줄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라며 “지역 내에서 전기 난방요금을 감당 못해 단전 당한 사례까지 있을 만큼 1,000평 하우스 한 달 난방비가 1년 전 200만원 정도에서 300~400만원까지 두 배가량 치솟은 상태기도 하고, 한파 피해를 입어 생산물량 자체가 없다 보니 높은 수준의 시장가격이 농가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온 것도 아니다. 가격이 올라 그나마 생산비를 건질 정도밖에 안 된다”라고 전했다.

한편 급등했던 시설채소 품목의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과 별개로 농민들은 급격히 상승한 일부 품목에 차후 재배 의향이 쏠릴 것을 우려했다. 높은 가격에 혹해 재배면적이 늘어날 경우 폭락의 굴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경남의 한 농민은 “소비자들도 그렇겠지만 농민들도 이렇게 급격히 오르내리는 가격을 원하진 않는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생산비를 보전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정적인 가격이 유지되게끔 수급 정책이 잘 추진됐음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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